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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요우커 300만시대 민낯]싸구려 패키지에 멍드는 제주…'요우커와도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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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제주 저가여행에 멍드는 제주
마이너스 요우커 쇼핑센터 몰고가 수수료 보전

[제주, 요우커 300만시대 민낯]싸구려 패키지에 멍드는 제주…'요우커와도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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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제주)=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달 중국 국경절(10월1~7일) 연휴기간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300명이 제주도에서 입국이 거부됐다. 태풍까지 몰아쳐 사흘이나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서 침대생활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좌식 수용소에 갇히면서 한ㆍ중 외교당국이 일촉즉발 상황 직전까지 갔다.

중국 정부가 최근 300달러 이하 여행상품에 대해 단속을 시작하면서 요우커 관련 국내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논란과 맞물리면서 화장품과 호텔, 면세점 등 요우커 비중이 큰 산업에서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국내 유통업계는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최장연휴인 국경절은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집중되는 시기여서 국내 관광업계도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무비자 정책'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인 제주도가 돌연 골든위크 기간 평소보다 5배나 많은 요우커에 대해 입국을 거부한 사연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 600만명 가운데 228만명이 제주도를 찾았다. 올해는 이보다 많은 3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무비자를 이용해 입국하는 중국인이 늘어나면서 "제주도는 중국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우커가 밀려들며 각종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요우커의 비매너와 불법체류자 증가로 치안 불안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 실제 제주도에선 지난 9월 중국인 관광객이 내국인 여성을 흉기로 공격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번 입국거부는 본보기"라며 "저가관광에 따른 각종 문제는 지금은 제주도의 문제지만 조만간 서울로 상륙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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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중국발(發) 저가관광과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도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종 요우커 관련 문제의 근본 원인이 '싸구려 한국여행상품'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 지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은 용두암과 수월봉, 한라수목원 등 제주도의 공짜 여행지만 찾아 다닌다"면서 "저가관광은 제주도의 문제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고, 아시아 전체의 공통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중국 북경에서 제주ㆍ서울 4박5일 단체관광상품은 1990위안(33만5000원 상당)부터 판매됐다. 북경과 제주도, 서울을 오가는 왕복 항공권 가격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요우커가 지불한 여행상품 비용은 오롯이 중국 현지여행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여기에 국내 여행사들은 항공의 경우 요우커 1인당 10만원, 크루즈(선박)는 6만원의 이른바 '인두세(한 사람당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세금)'를 현지에 보내며 요우커를 받고 있다. 요우커의 한국여행은 시작부터 '마이너스'로 출발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여행사들은 손해를 보면서 데려온 중국인들을 먹고 재우고, 관광시키는 비용은 물론 수익도 쇼핑센터 등에서 주는 '커미션(수수료)'으로 보전한다. 면세점부터 인삼과 자수정 등 전통상점 등에서 관광객을 데려오는 대가로 수수료를 주는 것. 또 관광객이 구매한 비용의 일정부분은 가이드가 챙기도록 하면서 관광비용 일부를 가이드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내 중국어 가이드 K씨(39)는 "마이너스 관광은 수익이 쇼핑에서 추가되는 구조"라며 "(관광객이 구매가 많아)쇼핑실적이 잘나왔을 때는 괜찮은데 쇼핑에서 보전이 안되면 빨간글자(적자)"라고 전했다.

다만 관광업계에선 저가여행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한 중국어 가이드는 "중국에서 동남아는 20만원대, 유럽은 100만원대 여행상품도 있다"면서 "가격이 높으면 중국 여행사에서 손님 자체를 보내주지 않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마이너스 관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여행사로 요우커를 몰아주는 만큼 여행사간 가격 내리기 경쟁이 벌어지고, 이는 면세점과 쇼핑센터의 송객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이에 쇼핑센터는 관광객에게 쇼핑을 강요하고 바가지를 씌우는 등 여행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사진:마카오관광청 제공)

(사진:마카오관광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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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달 4일 홍콩에선 50대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거부하며 다툼을 벌이다 현지 상인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숨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강제쇼핑 중에 관광객이 맞아 죽거나 반대로 가이드나 상점 주인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중국 정부도 저가관광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어 여행제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여행제한 조치는 우리나라만 해당되지 않는다. 중국의 영자지 차이나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여유국이 발표한 지난 9월 전체 중국인 해외여행객수는 전년대비 7.78% 감소했고, 특히 이 기간 대만을 찾는 요우커 숫자는 21만4764명으로 일년 전 34만1991명에서 37.79%나 급감했다. 대만은 중국 여유국이 최근 발표한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 1위다. 다만, 선호도 2위인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기저효과로 54.37% 늘었지만, 한국면세점협회가 집계한 같은달 국내 면세점 요우커수는 전달대비 9.9% 줄었다.

제주도는 덤핑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중국 현지 여행사에 대해 벌칙을 줄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저가상품을 통해 제주도로 요우커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여행사를 제재해 방한 중국인들에 대한 '수질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저가관광을 제한할 경우 연간 100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요우커들이 한국 제도와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을 만들기 위해서 질서를 잡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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