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나 정치에서 멀리 있는 나와 같은 이도 4시 이전에 그런 보도가 있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 비서진들은 몰랐었던 것인가? 자기들의 보스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이 정도의 대처능력밖에 발휘하지 못하는가? 아직도 임기가 1년 4개월이 남았다. 그동안 어떻게 꾸려갈지 그것이 걱정이다. 사태수습과 대통령 재임 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거국내각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과연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어서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댓글수사로 나온 결과를 국가정보원 개혁의 계기로 삼아 털고 갔어야 하는데 이를 못한 것에서 출발한다. 국정원을 국정 장악의 수단으로 삼아 쥐고 있으려는 집착과 탐욕 때문이다. 이렇게 출발하다 보니 인사발탁의 기준이 일 잘하는지가 아니라 내 말 잘 들을지가 된다. 흠이 있는 인사라야 고마운 줄 알고 충성하고, 때로 위협도 통해 조종하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문제 해결에 무능하고 잇속과 관계에만 밝은 자들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면 눈과 귀가 멀 수밖에 없다.
이렇게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이 노출되는데 대표기관이 이를 선출한 권력 즉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경우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국가학에서 다루는 '파수꾼은 누가 감시하는가'의 문제이다. 전통적인 권력분립론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의 의지와 정부정책에 가까이 있는 여당의 책임은 크다. 최근 트럼프를 후보로 내세우게 된 미국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을 보라. 당과 대통령 후보의 관계, 그리고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는 주종관계가 아니라 상호 견제와 균형 속의 협력인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여당의 당론이 여론에 맞지 않아 정국운영이 어려워 여당이 의회 다수당임에도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시켜 야당이 다수당이 되도록 한 사례도 있다. 시라크가 대통령이던 시절이다. 여당이 되면, 대통령이 되면, 이러한 책임을 져야 한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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