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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의 코리안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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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의 땅 한인동포와 후손의 삶 포착한 이예식·김지연 작가 사진전

김지연 다큐사진 작가

김지연 다큐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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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 된 후 돌아오지 못한 한인동포와 후손들의 삶을 소개하는 사진전이 서울에서 열린다. ‘사할린동포들의 귀환(歸還)'이란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이예식(67) 사할린 ‘새고려신문’사진기자와 김지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45)가 사할린 현지와 국내에서 찍은 작품들로 꾸며진다.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1980~90년대 사할린동포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이 기자의 사진들이며, 현재 사할린 동포들의 실상을 담은 사진들은 김 작가의 작품들이다.
이예식 사할린 사진 작가

이예식 사할린 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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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김 작가는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으로 끌려왔다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사할린에 남은 동포들의 한 많은 삶,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으로 삶을 이어온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그들을 왜 잊지 말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싶다”고 말했다.

사할린에는 현재 한인 1세대들은 거의 다 세상을 떴고 그들의 자녀 3만여명이 남아 있다. 이예식 기자도 사할린의 한인동포 2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사할린 유일의 한인 신문사인 새고려신문에 들어간 1989년부터 1세 동포들의 모습을 찍어 왔다. 사할린 동포들의 영주 귀국 장면, 일본 총영사관 앞 배상 요구 시위 등 사할린 한인의 역사의 굵직한 장면에서부터 징용 간 남편을 50여년 만에 만난 여인의 미소, 사할린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의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아낙네, 흥겨운 장구 장단에 춤을 추는 한인 마을 사람들의 풍경 등도 볼 수 있다. 역사의 굴곡을 겪어낸 사할린 동포들이 여전히 고국을 그리워하며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 풍경, 특히 1990년대 초 구소련이 붕괴하고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한인들의 고생이 극심했을 때의 생활상에 뭉클해진다.
김 작가는 “이 동토의 땅에 왜 그분들이 있게 되었는지 잊지 말아야지, 라는 심정으로 전시를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자와 김 작가의 만남은 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구촌 곳곳을 다니면서 '다큐 사진'을 찍어온 김 작가가 200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 속 한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뤄졌다. 그때의 결과물은 2005년 ‘러시아의 한인들’이라는 사진집으로 묶여 나왔다. 자신을 아예 ‘김지연 다큐’라고 소개하는 데서 짐작이 가듯 김 작가는 20여년간 다큐 사진을 찍어 왔다. 그동안 ‘김 다큐’가 내놓은 사진집에 그의 작업의 궤적이 나타나 있다. ‘연변으로 간 아이들’에선 고향인 북한땅을 떠나 중국에서 꽃제비로 지내며 배를 곪고 외로운 아이들의 삶을, ‘노동자에게 국경은 없다’에선 한국 속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준다. 3년 전에 나온 ‘일본의 조선학교’에선 후쿠시마에서 큰 지진이 일어난 뒤의 조선학교의 아이들의 모습이 그의 카메라에 담겼다.

결국 이 기자와 김 다큐 모두 사람들의 삶, 그 중에서도 이른바 ‘디아스포라(경계인)’으로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는 데서 이번 전시가 이뤄지게 된 큰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김 다큐’는 이번 전시에 쓸 액자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모금까지 벌였다. 목표인 600만원에는 못 미치지만 97%인 582만원이 모였다. 淄원씩, 1000원씩 보내온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좋은 전시로 보답하겠다”고 김 작가는 말했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갤러리 고도’인데, 전시에 맞춰 이예식 기자의 사진집을 출간하는 사진 전문 출판사 ‘눈빛’의 이규상 대표는 '고도'라는 갤러리 이름이 이예식 선생의 사진과 잘 어울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Godot)라 해도 외로운 섬 고도(孤島)라 해도 '기다림과 그리움'을 잘 포괄하는 것 같아요. ”
전시는 오는 26일부터 11월1일까지.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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