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땅 한인동포와 후손의 삶 포착한 이예식·김지연 작가 사진전
이번 전시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김 작가는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으로 끌려왔다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사할린에 남은 동포들의 한 많은 삶,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으로 삶을 이어온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그들을 왜 잊지 말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싶다”고 말했다.
사할린에는 현재 한인 1세대들은 거의 다 세상을 떴고 그들의 자녀 3만여명이 남아 있다. 이예식 기자도 사할린의 한인동포 2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사할린 유일의 한인 신문사인 새고려신문에 들어간 1989년부터 1세 동포들의 모습을 찍어 왔다. 사할린 동포들의 영주 귀국 장면, 일본 총영사관 앞 배상 요구 시위 등 사할린 한인의 역사의 굵직한 장면에서부터 징용 간 남편을 50여년 만에 만난 여인의 미소, 사할린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의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아낙네, 흥겨운 장구 장단에 춤을 추는 한인 마을 사람들의 풍경 등도 볼 수 있다. 역사의 굴곡을 겪어낸 사할린 동포들이 여전히 고국을 그리워하며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 풍경, 특히 1990년대 초 구소련이 붕괴하고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한인들의 고생이 극심했을 때의 생활상에 뭉클해진다.
김 작가는 “이 동토의 땅에 왜 그분들이 있게 되었는지 잊지 말아야지, 라는 심정으로 전시를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기자와 김 다큐 모두 사람들의 삶, 그 중에서도 이른바 ‘디아스포라(경계인)’으로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는 데서 이번 전시가 이뤄지게 된 큰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김 다큐’는 이번 전시에 쓸 액자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모금까지 벌였다. 목표인 600만원에는 못 미치지만 97%인 582만원이 모였다. 淄원씩, 1000원씩 보내온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좋은 전시로 보답하겠다”고 김 작가는 말했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갤러리 고도’인데, 전시에 맞춰 이예식 기자의 사진집을 출간하는 사진 전문 출판사 ‘눈빛’의 이규상 대표는 '고도'라는 갤러리 이름이 이예식 선생의 사진과 잘 어울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Godot)라 해도 외로운 섬 고도(孤島)라 해도 '기다림과 그리움'을 잘 포괄하는 것 같아요. ”
전시는 오는 26일부터 11월1일까지.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