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유럽연합(EU)이 애플에 대해 130억 유로(16조2000억원)에 달하는 세금 폭탄 추징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미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미국 재무부는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EU 개별 회원국의 조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재무부는 또 EU 집행위의 결정이 유럽에 대한 외국 투자와 유럽의 기업 환경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며 미국과 EU 간 경제 파트너십에 중대한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무부는 지난 주에도 EU가 미국 기업에 대해 차별적 기준을 적용하려든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에 추가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할 경우 당장 미국 정부도 직접적인 손해를 볼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애플이 미국 세법을 활용, 해외 추징 세금에 대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진출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의 피해도 확산될 조짐이다. 미국 정부와 재계는 이번 애플 판결을 '시범 케이스'로 보고 있다. 애플에 대한 추징 결정 이후 조세 감면 혜택을 위해 유럽 등 해외에 진출해있는 미국 기업들이 줄줄이 된서리를 맞게 됐다는 판단이다.
사정이 이쯤 되니 미국내에서도 세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 동안 미국 재계는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법인세와 해외자금 이전에 대한 높은 세율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그대로 쌓아둘 수 밖에 없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도 의회 청문회 등을 통해 "해외에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으로 들여올 경우 33%나 되는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국내로 자금을 들여올 수 없다"며 세율 인하를 요구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과 해외 자금 국내 이전에 대한 세금 체계 개편에 대해 이견을 보여온 미 정가도 이번 EU의 추징 결정을 계기로 적극적인 검토에 다시 나설 분위기가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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