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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8일 이후]저녁 먹고 영수증에 이름 쓰는 대기업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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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비 3만원 한도 입증 위해 영수증에 기록
골프 약속 없어져…업무 대응 매뉴얼도 고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먼저들 나가시죠."
대기업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박기동(가명) 상무는 식사를 마친 상대방의 등을 떠밀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다음날인 9월 29일 저녁 자리에서다. 박 상무는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들었다. 종업원이 건넨 영수증 뒷편에 저녁 참석자 이름과 인원수를 적었다. 저녁 참석자는 자신을 포함해 4명. 모두 정부부처 공무원들이다.

박 상무가 이날 계산한 밥값은 11만 8000원. 김영란법에 따라 1인당 접대비로 쓸수 있는 돈이 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턱걸이였다. 그나마 공무원 한 명이 다른 약속이 있다며 중간에 일어난 덕분에 맥주 몇병을 마실 수 있었다. 만약 그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면 음식을 줄였어야 했다.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판결 이후 한산한 한정식집 전경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판결 이후 한산한 한정식집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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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터는 점심 때 보는 게 좋겠네요." 상대 공무원들도 이런 상황이 민망했는지 머리를 쭈빗거렸다. 박 상무도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가는 택시 안, 박 상무는 대관팀 단체 카톡방을 확인했다. "일찍 헤어지기 아쉬웠는지 2차는 (공무원이) 소주 산다고 해서 따라 가는 길입니다." "저녁 자리에서도 계속 밥 값 계산하느라 대화에 집중을 못했습니다. 이럴 바엔 차를 같이 마시는 게 낫겠네요."
'딩동' 알림이 울렸다. "다음 주부터 가격을 대폭 낮춘 2만9900원짜리 실속형 메뉴를 출시하오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주 가는 광화문 한정식집에서 온 홍보 문자였다.

김영란 법 시행 이후 박 상무의 일상 변화는 식사자리 뿐만이 아니다. 반년 후까지 꽉 차 있던 주말 골프 스케줄도 텅텅 비게 됐다. 골프장 부킹 대신 괜찮은 '스크린골프숍'을 알아놓는 게 중요한 일이 됐다. 이런 변화는 따라가야 되는 것이라 여기면 되지만, 고민거리가 생긴 것도 문제다. 회사에서 정례적으로 주최해온 지방과 해외출장 등 각종 대관 업무도 사실상 막혀버렸다. 박 상무는 '김영란법에 대응한 새로운 업무 매뉴얼'을 만드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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