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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화성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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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장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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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에는 8개의 행성이 있다. 이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행성이 있다면 바로 화성일 것이다. 화성은 눈으로 보아도 붉은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먼 옛날에는 전쟁의 신으로 불렸다. 일반적으로도 화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화성인, 또는 우주전쟁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낯선 퍼시발 로웰(Percival Lowell, 1855 ~ 1916)이라는 천문학자도 기억할 만하다. 로웰은 미국의 천문학자이지만 우리나라와도 많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로웰은 젊은 시절 외교관으로 활동했는데, 1883년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책을 통해 우리나라를 본격적으로 서양에 알렸다.

H. G. 웰즈의 소설 '우주전쟁'을 시작으로 여러 번 영화의 소재가 될 만큼 화성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다. 지구처럼 돌과 흙이 있고 적은 양이지만 산소도 있다. 화성은 지구보다 더 멀리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데 화성과 태양 사이의 거리는 평균적으로 약 2억3000km다. 이 정도 거리라면 1초에 30만km를 날아가는 빛도 태양에서 화성까지 도달하는 데 12분40초 정도 걸리는 거리다.
얼마 전에는 화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했었는데, 가깝다고는 하지만 지구에서 화성의 탐사선에 어떤 명령을 보내면 그 전파 신호는 빛의 속도로 날아가 약 4분 20초 정도 후에 화성에 도착한다. 또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면 다시 같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거리의 문제는 달 탐사와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달은 탐사선이나 우주인과의 교신에 큰 문제가 없지만, 9분 가까운 통신 지연은 특히 비상상황에서 치명적인 난관이 될 수 있다.

화성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지만 지구와 전혀 다른 점들도 있다. 우선 지구와 같은 자기권이 없기 때문에 태양으로부터 오는 고에너지 입자나 방사선 등이 바로 화성 표면까지 도달한다. 지각의 대류나 화산 활동이 없기 때문에 지질학적으로도 죽은 것으로 간주된다.

앞에서 말한 로웰이라는 천문학자는 화성에 관심이 많았다. 로웰은 화성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해 1894년 자기의 개인 재산을 털어서 당시로는 화성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망원경을 설치했다. 오랫동안 화성인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화성을 관측한 로웰은 화성의 운하를 발견했다고 믿었다. 훗날 망원경의 광학적 결함으로 화성 표면의 충돌 분화구를 오해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화성의 운하는 당시 사람들에게 화성인에 대한 상상력에 불을 댕기는 계기가 됐다. 또한 1930년 톰보우(Clyde Tombaugh)는 로웰천문대에서 명왕성을 발견했다. 천왕성과 해왕성의 위치가 계산과 다른 것을 발견하고 또 다른 행성 (Planet-x)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로웰의 노력 덕분이었다.
로웰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고종의 제위 기간이었다. 이 시절 로웰은 고종황제 일가의 사진을 찍어 그의 저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a Sketch of Korea)'에 소개했다. (훗날 이 사진들은 로웰천문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故 조경철 박사에 의해 천문대 도서관 한 구석에서 발견됐다.)

지난 2015년 로웰천문대에는 또 하나의 최신 망원경이 완성됐다. Discovery Channel 에서 기증한 DCT 4.3m 망원경(4.3-meter Discovery Channel Telescope)이다. 이 망원경에 한국천문연구원이 미 텍사스 대학과 함께 2014년 개발한 적외선 고분산 분광기(IGRINS)를 장착해 공동의 연구를 진행하는 협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오래전 로웰이 맺은 한국과의 인연은 후손들의 과학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별이 태어나서 진화 과정을 거친 후 사멸하고, 또 다른 별의 재료가 되는 천문학적 순환을 천문학자가 재연하고 있다.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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