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버클리(Jeff Buckley). 그는 1990년대 활동한 가장 탁월한 포크 록 뮤지션이며 완전체에 가까운 싱어 송 라이터였다. 1960년대 포크 뮤지션 팀 버클리가 그의 부친이다. 제프 버클리의 유전자에는 포크와 인디 정신이라는 유전자가 존재했을 것이다. 그가 활동한 1990년대는 기존의 록음악을 거부하고 새로운 음악을 모색하던 얼터너티브 밴드들이 대중음악을 이끌던 때이다. 시대의 기운을 감지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팬이었던 레드 제플린의 블루스에 기반한 하드한 사운드를 모태로 다양한 음악적 감성과 시적 노랫말을 더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했다.
제프 버클리의 음악적 스타일은 이렇게 다양하지만 그는 아름다운 노랫말로 사랑을 노래한 시인이기도 하다. 말과 말이 결합해 재미를 만들어낼 때 문학이 탄생한다면 소리와 소리가 결합해 감정을 표현하면 음악이 된다. 그는 이 둘을 완벽하게 구사한 대중음악사에 흔치 않은 사례이다.
제프 버클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팬을 위해서인지 장삿속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의 사후에도 편집음반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모두 구입하여 들어보았지만 이 음반들은 그의 손으로 완성한 유일한 앨범 '그레이스'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2016년 5월29일은 제프 버클리의 19번째 기일이다. 그에게 많은 선후배 뮤지션들이 찬사를 보냈지만 지난 1월에 세상을 떠난 데이빗 보위는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그레이스' 음반 만은 꼭 가져가겠다고 말한 절대적 지지자였다. 이승은 데이빗 보위가 선배지만 저승은 제프 버클리가 선배다. 지금쯤이면 둘이 만났을 것이다. 대충 그림이 나온다. 데이빗 보위와 천국의 어느 공연장에서 잼 세션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앗!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프린스의 모습도 보인다. 썩 괜찮은 조합이다.
편집부장 keyg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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