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자궁경부암검사에, 20만원 검진 덤터기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권재희 수습기자] 최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산부인과를 찾은 대학생 설모(25·여)씨는 생리불순으로 병원을 방문했지만 부인과 검진 외에도 혈액형·신장 기능·간 기능·풍진·B형간염 검사 등 추가적인 검진이 포함된 패키지를 권유받았다. 설씨는 "자궁경부암일 수도 있다는 무서운 얘기를 들으니 불안한 마음에 검사를 하긴 했지만 학생 입장에서 20만원은 상당히 고액이라 망설여졌다"며 "스트레스성으로 월경이 늦춰질 수 있다는 의사 소견을 들으면서 당시 했던 검사가 꼭 필요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혼 여성이 받는 산부인과 검진 중에서 B형간염·비타민D 결핍·풍진 검사 등 불필요한 항목이 들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형간염이나 비타민D 검사의 경우 자녀 계획이 있는 여성들만 받으면 되는 검진임에도 미혼 여성을 위한 검진 패키지를 구성해 놓고 더 높은 가격의 검진을 권유한다는 것이다. 보건계의 한 임상병리 전문가는 "같은 피검사라도 검사 항목별로 시약이 달라 항목이 많아지면 그만큼 비싸진다"며 "무분별하게 검사를 권유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대 이상 여성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자궁경부암 검사도 사실상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20대 이상 여성들부터 무료 검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액상자궁경부세포 검사, 자궁경부확대경 검사, 인유두종바이러스 정밀검사 등 3가지 자궁경부암 정밀검사 중 액상자궁경부세포검사만 무료로 검진해주고 있어 병원을 방문하면 추가적인 검진을 권유 받는다.
혹시 있을지 모를 병의 진단을 권유하는 것은 의사의 소임이기는 하지만 학생 등 젊은 여성 수검자의 입장에서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산부인과 검진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 진료비를 제외한 기초검사만 해도 10만원대인데 다른 검사까지 몇 가지만 추가적으로 시행하면 비용은 30만원대까지 올라간다.
최근 대학생을 포함해 산부인과를 찾는 20대 미혼 여성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자궁경부암이 가장 흔한 여성 암 1위로 꼽히면서 예방차원에서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미혼여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인한 생리불순 등 여성 질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마포구의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내원하는 환자 중 10명 중 6~7명이 20대 미혼 여성"이라고 답했다.
산부인과 검진은 환자 본인이 100%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인 만큼 의사들의 양심적인 진료가 더욱 요구된다. 박노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병원마다 검진 비용이 천차만별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병원에서는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수준으로 금액을 책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권재희 수습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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