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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IT 업계 창과 방패 싸움 끝내려 하는 '지루한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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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IT 업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싸움 중 하나가 크래커와 소프트웨어ㆍ게임 업체들이 벌이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매번 절대 뚫을 수 없는 새로운 보안기술을 만들었다는 수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비웃듯 크래커들은 출시된지 하루도 안된 게임들의 보안 기술을 무력화 시키곤 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최첨단 보안기술로 무장한 방패를 취미생활을 하는 크래커들이 매번 뚫어왔다. 해당 보안 회사는 곧 IT 업계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PC가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된 이 싸움은 이제 곧 결말을 보게 됐다. 바로 오스트리아 보안회사 '데누보'가 그 주인공이다. 데누보는 소니의 자회사 직원들이 사업재편 과정에서 MBO(경영진과 임직원에 의한 회사 인수)를 통해 만든 회사다.

이 회사가 만든 보안 소프트웨어는 '데누보락'으로 불린다. 주로 최신 게임들에 사용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 회사는 자신들이 만든 데누보락을 크래킹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는 점이다. 대신 아주 어렵고, 아주 오래 걸린다. 뚫을 수 없는 방패를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뚫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패를 만든 셈이다.

중국 최대 크래킹그룹 3DM의 한 크래커는 트위터를 통해 "데누보를 뚫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만 크래킹 작업을 너무 힘들고 지루하게 만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크래커들은 보안 회사들이 만든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고 희열을 느끼고 했는데 데누보는 누구라도 계산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복잡하고 짜증나게 만든 것이다. 크래커들이 제풀에 지쳐 떨어지게 한다는 것이 데누보의 전략이다.

물론 데누보락을 적용한 게임들도 여지 없이 무장해제돼 불법복제의 희생양이 됐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지금까지의 싸움과는 양상이 다르다.

유명 게임 '피파15'에 사용된 데누보는 크래킹되기까지 대략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후 업데이트된 데누보락은 크래킹 되기까지 대략 2개월에서 최장 10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있다. 가장 최신 업데이트된 데누보락은 유명 크래킹그룹들의 크래커들이 트위터를 통해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렇듯 PC 시장 초기부터 시작된 창과 방패의 싸움은 이 세상에 뚫을 수 없는 방패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심지어 방패가 뚫려도 큰 문제는 없다. 매번 데누보락이 뚫릴때 마다 데누보는 수일만에 새로운 업데이트를 내 놓는다. 업데이트가 나오면 크래커들은 또 다시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제풀이 지쳐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뚫을 수 있지만 뚫기 어려운 방패를 만든 데누보의 성과는 대단하다. 데누보는 자신들의 방패를 쓰는 회사들에게 수익의 무려 15%를 요구한다. 과하다는 생각도 들만 하지만 하루만에 보안장치가 해제돼 불법복제 시장에서 돌아다니는 자신들의 상품을 지켜보던 회사들은 데누보락을 연이어 채용하고 있다.

이처럼 흥미로운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이 하나 있다. 데누보는 지금까지 수많은 소프트웨어 보안 회사들이 겪었던 크래커와의 전쟁 양상을 새롭게 바꿨다는 점이다. 발상의 전환을 넘어 경쟁의 양상을 새롭게 바꾸는 것, 거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혁신의 힘이 숨어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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