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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넷플릭스가 두려운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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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넷플릭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자가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을 만날 때 종종 묻는 질문이다.

대답은 천차만별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부터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분석까지 다양하다. 그 대답이 무엇이든 마음속 깊은 곳에는 넷플릭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내년 초 한국 진출을 앞두고 29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넷플릭스가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실상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연 최초의 공식 행사였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간담회를 준비한 홍보대행사는 며칠 전부터 "이번 행사는 넷플릭스에 대한 소개 자리이지 진출 전략을 밝히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라는 뜻이었다.

행사 내용은 예고한 그대로였다. 넷플릭스의 커뮤니케이션 총괄 임원인 조나단 프리드랜드가 나와 넷플릭스의 소개를 했고, 질문을 받았다. 한국 진출 상황을 끈질기게 묻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왜 한국의 방송통신 업계가 그토록 넷플릭스를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이날 넷플릭스 측은 여러가지 장점을 얘기했다. 언제 어디서든 무슨 기기를 통해서든 볼 수 있다던지,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던지,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점, 추천 시스템을 통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 광고가 없다는 점 등이다. 대부분 지면을 통해 알려졌던 내용이고 새로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날 프리드랜드 총괄임원이 가장 강조한 것은 '넷플릭스의 장점' 목록중 가장 하단에 있는 '자유로운 서비스 해지'였다. 그는 "서비스를 해지하는 것이 정말로 쉽다. 한번만 클릭하면 쉽게 해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왜 자유로운 서비스 해지가 넷플릭의 가장 큰 강점이 될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가입하면 한달간 무료로 사용해볼 수 있다. 이 기간 자유롭게 넷플릭스의 모든 서비스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원클릭'으로 바로 해지가 가능하다.

이점이 바로 넷플릭스가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언제든 쉽게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국내 방송통신 업계가 진지하게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방송통신 민원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해지 관련이다. 서비스를 해지하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해지시 상당한 금액의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올해 상반기 미래창조과학부에 접수된 해지위약금 민원은 299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2904건보다 늘었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넷플릭스가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한국의 유료방송 요금 수준이 워낙 낮아 넷플릭스의 요금(최저 월 7.99달러) 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 이유로 꼽힌다.

프리드랜드 총괄임원은 "우리의 우수한 콘텐츠를 원하고 좋아한다면 소비자가 당연히 선택할 것"이라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부당한 노력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살깎기식 가격 경쟁을 벌이는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방송통신 시장은 빠르게 개방되고 있고 소비자들은 글로벌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고 가격 경쟁에만 매몰된다면 글로벌 기업들을 당해낼 수 없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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