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 1000여건씩 사고 나고 고장도 잦아...국민안전처, '두 줄 서기' 캠페인 효과 없자 '안전 수칙 홍보'로 방향 바꿔..."이용수칙 미준수시 불이익 줄 것"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캠페인 안 한다고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닌데…."
국민안전처가 지난 20일 발표한 에스컬레이터 안전 대책이 엉뚱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논란이다. 그동안 정부는 가장 확실한 안전 탑승 방법인 두 줄 서기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 왔지만 한 줄 서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습관을 고치지 못했다. 이에 두 줄 서기 대신 구체적인 안전 이용 수칙 홍보로 사실상 '포장'만 바꿨다. 그런데 마치 두 줄 서기를 안 해도 되는 양 알려지면서 "안전 관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까지 일고 있다. 안전처는 성미가 급해 뛰어 올라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잘못된 이용 습관으로 사고ㆍ인명피해ㆍ예산 낭비 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재차 안전한 이용을 당부하고 나섰다.
지하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 고장건수는 서울에서만 연간 1000건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지하철 1~4호선에 설치된 총 502대의 에스컬레이터의 고장 건수는 2012년 191건, 2013년 127건, 2014년 478건로 급증했다. 5~8호선(총1808대)도 2012년 541건, 2013년 492건, 2014년 478건의 고장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서울지하철에서만 예산이 약 30억원 가량 수리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
사고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99건이 발생했다. 사망 8명, 중상 403명, 경상 14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48.4%), 50대(19.7%) 등 동작이 민첩하지 않은 노인들이 주로 사고를 당했다.
이에 따라 안전처는 올해 초 에스컬레이터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기술 TF팀을 운영하는 한편 여론조사ㆍ관련 기관 합동 토론회 등을 거쳐 안전 대책을 마련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방안의 핵심은 그동안 두 줄 서기ㆍ걷거나 뛰지 않기 등 두 방향으로 홍보해왔던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 캠페인의 내용을 '걷거나 뛰지 않기', '손잡이 잡기', '안전선 안에 탑승하기' 등 안전 수칙을 알리는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두 줄 서기가 실한 에스컬레이터 안전 탑승의 실천 방법이지만 시민들이 전혀 걷지 못하도록 강요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데다 '빨리 빨리' 문화로 인해 워낙 한 줄 서기에 익숙해 거부감이 강했다. 그동안의 꾸준한 홍보ㆍ계도에도 불구하고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한 줄 또는 두 줄 서기 캠페인을 하는 국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했다.
안전처는 대신 구속력이 없었던 두 줄 서기 캠페인과 달리 '걷거나 뛰지 않기 등 이용자 안전 수칙'은 구속력을 둘 계획이다.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다가 발생한 사고의 경우 이용자 과실로 판정해 관리 주체에게 통보, 보상 등에 참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처는 이와 함께 걷더라도 안전한 에스컬레이터를 만들기 위해 디딤판 및 체인의 안전율(실제 하중 대비 파손되는 하중의 비율)을 현행 5에서 8로 강화하기로 했다.
2018년까지 모든 에스컬레이터에 역주행방지장치를 달도록 할 계획이다. 역주행 방지 장치는 부품 파손 등으로 인한 어떤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역주행을 막아 주는 장치다. 2014년 7월 이후에는 의무 설치되고 있으나 이전 에스컬레이터 중에는 설치된 곳이 드물다.
안전처는 또 지하철 등에서 에스컬레이터에서 뛰는 이용자가 발생하면 계도 및 경고 방송을 하도록 했다. 혼잡한 역사는 분당 30미터로 운전하되 노인이 많은 곳은 분당 25미터로 느리게 운전하도록 한다. 위생을 이유로 손잡이 잡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청소ㆍ소독도 더 자주하도록 했다. 국토교통부ㆍ철도운영기관 등과 승강기 안전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안 한다는 것이 안전 관리를 안 하겠다는 의미가 아닌 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항의 전화를 걸어 오고 있다"며 "두 줄 서기가 가장 실천적인 안전 이용 방법이긴 한데 워낙 시민들 사이에서의 정착이 안 되고 있어 구체적인 안전 이용 수칙 알리기로 방점을 옮겼을 뿐이며, 말만 다르지 사실상 같은 내용으로 미 준수시 불이익을 주도록 한 점에서 보면 훨씬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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