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확충·경제적 지원 없으면 장애인·빈민 등 취약계층에 연명의료 중단 집중 될 것"
17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김재원 의원(새누리당, 경북 군위ㆍ의성ㆍ청송)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연명의료결정법)'을 발의했다.
이는 국내에서 '소극적 안락사(Passive Euthanasia)'를 법제화하는 첫 사례다. 연명치료가 무의미하다는 세간의 지적들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4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96.1%가 의식이 없거나 생존 가능성이 적을 경우 연명치료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계와 장애인단체 등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이 장애인ㆍ노숙자ㆍ빈민 등 사회적 취약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 기반이 튼튼하게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이른바 '죽음의 계급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기준 전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용병상은 883개로 전체 말기 암 환자의 약 12%만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인데다, 임종 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사실상 진전이 없다.
한국장애학회는 "이번 연명의료결정법에는 임종과정 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조항은 빠져있다"며 "법안과 함께 제출된 비용추계서에도 호스피스ㆍ완화의료 전문기관 지정 등에 대한 예산이 단 한 푼도 책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가족이 없는 상태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환자의 경우나 발달장애인(지적ㆍ자폐성장애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이 시설장으로 돼 있는 만큼 장애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후자의 경우 법안 자체에 명시조차 돼 있지 않다. 연명의료결정 제도에 앞서 제도적 기반 구축과 함께 장애계의 논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장애학회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공적 지원을 통해 연명의료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ㆍ제도적 기반을 먼저 마련한 후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논의를 해야 맞다"며 "또 생명윤리 정책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장애인계의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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