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부재 속에 억측만 난무
한 리더가 있다. 소통하겠다고 외친다. 조직원들은 시큰둥하다. 소통할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통은 리더가 외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이다. 소통하겠다고 외치기 전에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됐다. 총추위와 설립추진위원회 구성원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온갖 억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초대 울산과기원 총장에 전직 장관이 응모했다더라, 현 부총장이 나섰다더라, 누가 누가 총장 공모에 뛰어들었다고 하더라 등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학교의 주인인 학생과 교수들은 소외돼 있다.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카이스트와 비교했을 때 UNIST 총장 인선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카이스트의 경우 후임 총장인선 절차는 간단하다. 총추위가 꾸려지고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받는다. 총추위에서 3배수로 좁혀 이를 이사회에 보고한다. 이사회에서 3명 중 한명을 선택한다. 공모 과정을 통해 선임된 총장을 미래창조과학부에 보고하면 된다.
소통의 여건에 이르면 카이스트와 UNIST의 차이점은 확연하다. 카이스트는 교수협의회가 있다. 교수협의회에서 총장 후보 2~3명을 추천할 수 있다. 학교의 한 주체인 교수가 직접 총장 선임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UNIST는 교수협의회가 없다. 이렇다 보니 학교의 주인인 교수가 후임 총장 선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차단돼 있다. 총추위와 설립추진위원회가 정보를 통제하고 교수가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보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기원으로 탈바꿈하는 울산과기대는 지금 한 단계 도약을 앞두고 있다. 초대 과기원 총장을 두고 불협화음에만 빠진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것은 뻔하다. 소통은 나눔이라고 했다. '소통하겠다'고만 외칠 게 아니라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 과학이 정치에 휘둘리는 순간 더 이상 과학은 설 자리를 잃고 만다. UNIST에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학생과 교수, 학교 측의 '소통의 나눔'에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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