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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남긴 최두영 연수원장, 무엇이 그를 자살로 이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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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 전후 사정 살펴보니...'자살' 원인 아직도 오리무중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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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물음표 하나만 남기고 떠난 고(故)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 '자식같은 심정'으로 중국으로 떠나 보낸 소속 연수생들의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한 후 누구보다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수습하느라 동분서주했을 그가 돌연 세상과 이별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일단 최 원장의 사건을 조사한 중국 공안 당국은 타살 흔적이 없다며 자살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의 동료들인 행정자치부 관계자들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 않겠냐는 말만 거듭할 뿐 속시원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 원장의 투신 자살 이유는 한마디로 '오리무중'이다.

최 원장은 5일 오전 3시13분쯤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에 위치한 숙소 외부 지상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 진 채로 호텔 경비원에 의해 발견됐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그는 응급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오전3시36께 응급실 당직 의사에 의해 사망 선고를 받았다.
◇ 투신 전

최 원장은 지난 2일 오전 상관인 정재근 행자부 차관 등 사고수습팀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지린성 지안시 현지로 급히 출국했다.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된 당시 출국 현장 사진을 보면 최 원장의 얼굴엔 고통과 수심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월 지방행정연수원장으로 발령받아 근무를 시작한 후 6개월 동안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보던 소속 연수생 148명이 지난 1일 백두산을 관람한 후 돌아가다 지안시 인근 다리에서 버스 1대가 추락하는 바람에 10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이후 사고 수습을 위해 중국 공안 및 지안시ㆍ지린성 정부와 시신 운반ㆍ보관ㆍ운구 절차 협의, 부상자 이송ㆍ치료, 생존 공무원 수습ㆍ귀국 절차 등에 대한 협의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사고에다 문화적 차이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고 최 원장을 괴롭혔다는 게 행자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처음에는 시신을 보관하고 있던 중국 현지 장례식장에 냉동고가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생존 공무원ㆍ유가족 일부가 장례식장에 보관된 시신이 냉동고가 아니라 냉장시설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문제를 삼은 것이다. 알고보니 중국은 3일장 후 화장을 하는 것이 장례의 관습이라 일반 장례식장에는 아예 냉동고라는 게 없었다. 고 최 원장과 정 차관 등 사고수습팀은 지린성 정부 등과 적극 협의해 부랴 부랴 인근 도시로부터 냉동고를 긴급 수배해 시신을 옮겨 보관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의 열악한 의료 시설도 문제가 됐다. 장파열ㆍ골절 등 중상을 입은 환자들을 치료하기엔 지안시 현지 의료시설이 너무 열악했다. 이에 수습팀은 지린성 정부에 요청해 사고 발생 이틀만인 지난 4일 인근 최고의 의료진ㆍ장비를 갖춘 장춘시 길림대학 제1부속병원으로 부송자 16명 전원을 이송해 치료받도록 했다.

사망자ㆍ부상자 수습ㆍ치료에 어느 정도 한 숨을 돌리자 이번엔 현지에 도착한 유가족들과의 협의가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오열하고 있는 가족들과의 대화는 늘 어려운 법이었다. 3일 실시하려던 첫 공식 대화는 흥분한 가족들과 촉박한 일정ㆍ먼 거리 등으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유족들이 많아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수습팀은 4일부터 유족 대표단, 지린성 정부 등과 3자 협의 끝에 6일 오후 시신 10구를 국내에 운구하는 데 합의를 하는 등 본격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장례를 소속 지자체장으로 해야 할 지, 지방행정연수원장으로 해야 하는지, 또는 가족장으로 할 것인 지 등에 각 주체별로 의견 차이가 컸다. 이에 숨진 최 원장은 전날 밤까지 사망자 가족 등과 시신 국내 운구 절차를 논의하고 밤늦게 객실에 들어갔다. 여기까지가 최 원장이 목격된 마지막이다.

지방행정연수원 공무원들이 탄 버스가 지난 1일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지방행정연수원 공무원들이 탄 버스가 지난 1일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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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신 후

중국 지안시 공안국은 사건 후 최 원장이 묵은 객실에 대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현장감식을 실시했다. 또 유류품을 수거해 정밀 조사 중이다. 이에 따르면 그는 투신 당시 혼자 있었다. 그와 방을 쓰던 연수원 관계자는 "이날 오전 3시 넘어서까지 장례식장에서 버스 사고 사망자 시신 운구 대책을 논의했고 호텔로 돌아와 보니 방문이 열려 있고 방이 비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일단 지안시 공안 당국은 그의 투신ㆍ사망에 대해 타살이 아닌 자살로 판단했다. 장리청 지안시 공안국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최 원장이 호텔에서 뛰어내려 숨졌다"라며 "추락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화면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최 원장이 추락할 당시인 5일 오전 3시 3분(현지 시간) 객실에 다른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감식 결과 객실 창문에서 최 원장의 지문도 채취됐다"라며 "시신 부검에서도 타살 혐의가 나타나지 않아 타살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이 투신한 후 숙소에서는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를 쓰려다가 그만둔 듯한 메모지가 발견됐다.특히 메모지 한귀퉁이에 큰 물음표가 남겨져 있었다.

사망자ㆍ부상자 수습ㆍ치료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던 중 돌연 발생한 최 원장 투신은 사건으로부터 멀어지던 대중들의 관심을 급격히 다시 끌어왔다. 6일 오전 행자부가 실시한 브리핑에는 사건 발생 후 첫 브리핑 만큼이나 기자들이 몰렸다.

"도대체 무엇이 최 원장을 자살로 내몰았냐"는 게 관심의 촛점이었다. 우선 그는 우울증 등 자살을 유도할 만한 기저질환은 없었다. 행자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그 나이(55세)에 흔히 있는 질병은 있을 수 있겠지만 우울증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관심은 그가 자살 당시 받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심각한 심리적 압박ㆍ스트레스'의 원인이 도대체 무엇이냐에 집중됐다.

우선 사고 수습 과정에서 주된 카운트파트너의 하나였던 중국 당국이 스트레스를 줬을 수 있다. 문화적 차이나 '만만디'와 권위로 유명한 중국 공산당 체제하에서 한국처럼 쉽고 빠른 일처리가 힘들었고 이에 최 원장이 힘들어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자부 측은 "지린성 정부가 부성장을 팀장으로 한 TF팀까지 구성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며 중국 당국 측과의 갈등설에 대해 "연결시키기 힘들다"고 부인했다.

두번 째로는 유가족들과의 협상에서 받았을 스트레스다. 실제 유가족들은 장례 방식ㆍ시기, 운구 절차 및 방법 등을 놓고 행자부ㆍ지방행정연수원 등과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행자부는 이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수준이었다"는 입장이다. 가족을 잃은 입장에서 흥분ㆍ상실감을 표시한 가족들이 있었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의견 차도 있었지만 있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유족들이 귀국 중인 상황에서 자세한 협상 내용을 밝히는 것은 예의도 아니고 어렵다"라며 "같이 갔던 정재근 차관이 귀국하게 되면 그때 확인해서 한꺼번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이 연수생 사망 사고에 대해 책임감과 죄책감을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추모의 분위기와 함께 일각에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속에 왠 연수"라거나 "놀러갔다가 죽은 것 아니냐"며 싸늘한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어느 정도 사고 수습을 마친 그가 "책임지겠다"는 심정으로 세상과의 이별을 결심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평소 온화하고 합리적인데다 부하 직원들을 굉장히 아끼는 스타일로 알려진 최 원장이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50대 늦깎이 사무관 승진자들이었던 사망자들에 대해 심각한 안타까움과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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