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다. 이 법은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사전 규제다. 이동통신 단말기는 전통적으로 규제 대상이 아니며 선진국 어디에도 유사한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이동 통신사들의 영업실적을 분석하면 가입자당 연간 4만2000원에서 7만원의 영업이익을 얻었다. 이 기간 이동통신사는 가입자당 약 12만원에서 14만원을 시설투자에 사용했다. 이동통신사들이 시설투자를 전혀 안하고 영업이익도 없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통신요금의 인하 여력은 가입자당 연간 18만원에 불과하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우리나라 통신기업의 세전 영업이익률(EBITDA)은 25개 나라 중 23번째로 수익성이 낮다. 시설투자에는 연간 7~8조원을 써서 이 분야의 비중의 순위는 선진 28개국 중에 3위에 속한다.
월 1만1000원의 기본료 수입을 합치면 연간 7조 6000억원이다. 이통사의 영업 이익합계가 2조4000억에서 4조1000억원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면 이통사들은 연간 3조에서 5조대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공산품의 가격을 시장의 기능이 아닌 정치권이 내리겠다는 것이나 국민세금으로 무료 와아파이를 설치하겠다는 것 또한 인기 영합적이기는 매 일반이다.이 외에도 정치권은 인위적으로 통신유통산업을 통째로 재편하겠다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등 이동통신산업을 공기업화해야 가능한 제안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이렇듯 단통법이 원래의 입법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산업적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데 규제 당국 또한 그 실패를 인정하고 규제를 철폐하기는 커녕 단통법의 성과를 왜곡, 과장 선전하거나 또 다른 규제와 시장개입으로 규제의 실패를 다른 규제로 수정하려는 규제의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고 있다.
이 밖에도 규제 당국은 무소불위의 규제권한을 활용해 이통사가 판매점에게 주는 리베이트의 한도 30만원으로 강요하는가 하면 폰파라치 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찰 국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격의 결정은 기업이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기업과 소비자가 결정해야 할 통신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의 가격, 판촉을 관료들이 결정하고 있다.
그 결과 영세 판매점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판매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주말에는 직영점의 영업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최근 규제 당국이 통신비 인가제 폐지를 선언하자 기업들은 데이터 무한 요금제를 출시하면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이는 통신비 절감의 길은 또다른 규제가 아니라 규제철패를 통한 시장경쟁이 답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또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국가경제를 생각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통신 산업을 정치화하는 무책임한 공약들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초법적 규제 권한에서 벗어나 시장 기능과 질서를 복원해야 한다. 통신 기능이 있다고 정부가 유통과 가격을 통제하려 한다면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거의 모든 상품을 정부가 결정해야 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