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안보, 그리고 국민의 신뢰입니다."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것, 군대를 강하게 하는 것은 오케이. 그런데 백성의 믿음을 사는 일이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스승님이 왜 저런 말씀을 하실까? 정치 역량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멋진 양념으로 저 말을 넣어놓으신걸 거야. 그렇게 짐작하고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자공은 그중에서 가장 먼저 버릴 수 있는 게 뭐냐고 묻는다. 아마도 민신(民信)을 제쳐놓으시겠지. 그런데 공자는 군사력을 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둘 남은 것 중에서는 무엇을 버릴 수 있느냐고 묻자, 경제를 버릴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이 배불리 먹지 못한다면 모두가 죽을 터인데 그래도 괜찮겠느냐고 자공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믿음이 있어야 제대로 나라가 설 수 있고, 믿음이 있어야 제대로 조직이 설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나라와 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가치라는 것. 우린 이 상식을 얼마나 쉽게 팽개치고 있는가. 신문사가 위기를 헤쳐나가고 그 기반을 제대로 갖추는 일 또한 그렇다. 독자의 신뢰와 국민의 신뢰, 내부구성원들의 신뢰, 그리고 미래가치에 대한 모두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언론대계란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 저 가차 없는 무신불립 정신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이 대전환기에 신문 또한 설 자리가 없다.
이상국 편집부장·디지털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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