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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茶 팔던 소년 인도 총리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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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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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18일 우리나라를 국빈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64)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1950년 구자라트주(州) 작은 마을 바드나가르의 가난한 힌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철도역에서 차(茶)를 팔고 어머니는 다른 집에서 설거지 등 허드렛일로 근근히 살아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모디 총리와 단독 회견하면서 총리로 등극하기까지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누구냐고 물었다. 모디 총리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차를 팔아 가족 부양에 나섰다. 어머니는 다른 집에서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해야 했다. 나도 어렸을 적 철도 객차에서 차를 팔곤 했다. 그러나 가난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은 내게 가난한 이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도 심어줬다."

차 장사하는 하위 계층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린 시절 스스로 차를 팔기도 한 경력 때문에 모디 후보는 지난 총선 기간 중 "차 장사한 사람이 어떻게 한 나라를 이끌겠느냐"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여느 인도인들처럼 모디도 어릴 적 정혼했으나 이내 헤어지고 17세에 집을 나섰다. 이후 2년 동안 인도 곳곳을 돌아다닌 그는 구자라트주의 행정 중심 도시 아마다바드로 돌아와 힌두 국수주의 단체 '민족의용단(RSS)'에서 선전원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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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는 RSS 선전원으로 일하면서 1978년 델리 대학 방송통신 과정의 정치학 과정을 마쳤다. 그로부터 5년 뒤 구자라트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대 RSS는 모디를 같은 성향의 인도국민당(BJP)에 파견했다. 그의 정치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이때다. 모디는 BJP 구자라트주 지부에서 선거전략 책임자로 일했다. 1995년 구자라트주 지방선거에서는 BJP의 승리를 이끌었다.

모디는 이윽고 2001년 전임자의 건강 문제로 공석이 된 구자라트주 총리로 지명됐다. 일개 선전원에서 주총리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인도 대륙 서해안인 아라비아해에 접한 구자라트주의 인구는 6000만명으로 인도 28개주 가운데 10위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나 소득에서는 인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구자라트주는 모디 집권 후인 2004~2011년 연간 평균 10%대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인도의 평균 성장률인 8%를 웃도는 것이다.

모디는 집권 이후 독선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를 정도로 강력한 성장정책을 펼쳤다. 각종 규제와 관료주의를 철폐하고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이에 타타그룹의 타타자동차와 마루티스즈키는 물론 미국의 포드, 프랑스의 푸조 같은 해외 자동차 메이커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모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ㆍ싱가포르 등 이웃 국가까지 직접 방문해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섰다. 그가 인도 주정부 사상 최초의 '장수 총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구자라트주의 눈부신 경제성장 덕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모디 후보는 자기가 구자라트주 총리로 이룬 업적을 강조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구자라트주에서 일군 과실을 인도 전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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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구는 12억5000만명으로 이들 중 절반이 25세 미만이다. 빈곤에 허덕이지만 그만큼 성장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중국보다 높은 7.5%를 기록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인도 경제가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 10%를 웃돈 인플레이션율은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경상수지 적자가 줄고 루피화 가치는 안정을 찾았다. 주식시장은 활황을 구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소비 원유 가운데 80%를 수입하는 인도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인도의 전망치는 기존 6.3%에서 6.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5월 총선 결과 모디가 총리에 당선된 뒤 인도의 부(富)는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3404억달러(약 367조9380억원)로 늘었다. 러시아의 경우 3563억달러, 브라질은 3540억달러다.

워싱턴 소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밀란 바이슈나브 연구원은 "모디 정부가 지금까지 일궈낸 업적을 부정할 수 없다"며 "모디 정부는 이전 정권과 달리 친(親)기업 성향을 띠고 있다"고 평했다.

모디 총리는 타임과 가진 회견에서 "하루 3시간30분밖에 안 잔다"며 "새벽 5시에 일어나 요가한 뒤 집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휴가로 15분도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가 선호하는 연방체제는 '협력과 경쟁을 중시하는 것'이다. 인도의 경제체질 강화 차원에서 주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스스로 개혁을 추진하도록 만든다. 일례로 지난해 라자스탄주(州)는 기업에 좀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동법 완화 같은 여러 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세계적인 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각국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에게 올해 자국 경제 전망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인도의 CFO들이 가장 낙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94%에 이른다.

인도는 아직 저개발과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현지 기업인ㆍ펀드매니저들은 자국이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디 총리의 개혁 드라이브를 믿기 때문이다.

IMF의 폴 카신 인도 담당 수석 대표는 "금 수입이 줄고 국제 유가가 떨어져 인도는 경상수지 적자를 견딜 만하다"며 "인도 정부가 예산 적자 감축에 애쓰면서도 도로ㆍ철도ㆍ전기 투자를 늘려 경제는 개선됐다"고 평했다.

오는 26일 취임 1주년을 맞는 모디 총리는 세계 정계의 스타로 우뚝 서기도 했다. 모디 총리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글로벌 정치 지도자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다음으로 많다. 게다가 그는 다른 세계 지도자들과 트윗을 직접 주고받곤 한다.

미 국무차관을 역임한 하버드 대학 공공정책대학원(케네디 스쿨)의 니컬러스 번스 교수는 "국제 무대에서 모디 총리가 믿음직스럽고 매우 열정적인 지도자로 인식돼 있다"고 평했다.

요가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데서 알 수 있듯 모디 총리는 요가광(狂)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유엔(UN) 연설에서 '세계 요가의 날'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내각 확대와 함께 시리파드 예소 나이크를 인도 최초의 요가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모디 총리는 "통치에 관한 한 헌법이 유일한 경전"이라며 "인도 정부는 계급ㆍ신념ㆍ종교로 국민을 차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인도 문화의 다양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의 좌우명은 "모두 함께 만인을 위해 전진하는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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