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과제 많아...시민사회단체들 "추후 개정 논의 등 필요" 지적
이같은 법안에 대해 영세 임차 상인들은 일단 환영하고 있다. 2009년 상가 철거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용산 참사'의 한 원인으로도 꼽히는 권리금 미보장 문제는 그동안 영세 상인들의 최대 숙원이었다.
그러나 용산 참사 이후 상가 임차인들이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약칭 맘상모)과 같은 단체를 구성해 상가 권리금 보호 법제화 운동을 벌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ㆍ문재인 등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법 개정을 공약했고,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도 공약으로 내세워 대표적 민생 현안으로 꼽히게 됐다. 결국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지난해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도입을 확정했고, 여야간 협의 끝에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건물주와 임차인 간의 불합리한 권력 구조를 평등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건물주와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조정기구 설치가 누락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건물주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부동산이나 변호사의 조력을 구할 수 있지만 대다수 임차인들은 그와 같은 법적 대항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중요한 것은 단순히 법 개정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 건물주와 임차인 관계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추가 법 개정 등 남은 과제도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권리금 손해의 배상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가 큰 숙제다. 이번 개정안은 권리금 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액에 관해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거래된 권리금이 아니라 권리금 평가액이 손해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정안은 권리금 평가의 절차와 방법 등의 기준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국토부의 권리금 평가기준에 의할 경우 실제 거래되는 권리금보다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면 상가임차인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ㆍ철거 등의 경우에도 퇴거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 법정 임대차기간의 7-10년 연장,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범위 확대 등도 이번 법 개정 논의에서 야당안에 포함됐지만 최종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전국 전통시장 상가를 예외 조항에 포함시켜 이번 법 통과에 따른 보호 대상 확대에서 제외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국토부는 그동안 한국감정원 등과 준비해온 권리금 평가기준을 조속히 공개하고 상가임대인과 임차인, 시민단체, 전문가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평가기준을 고시해야 한다"며 "상가건물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관한 규정이 전부 빠져 있는 등 추가 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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