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박정희 전 대통령 신당동 가옥엔 50~60대 지지자들 몰려 장사진...추억 되새기며 눈물 글썽이는 지지자들, 젊은 층은 없어...지역 주민들 '쌩뚱맞다', '상권 활성화 기대' 등 반응 엇갈려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주말인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앞. 황사 바람이 심해 온통 뿌연 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지만, 이 곳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관람객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가옥 앞에서 만난 김양자(71)씨도 친구 세 명과 이곳을 관람하려던 차였다. 김씨는 박정희 가옥을 방문하는 길이냐고 묻자 "육영수 여사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황사 바람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기자가 지켜보던 몇 시간 동안에도 관람객들의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당초 예약제로 하루 4회로 한정돼 있었던 관람 프로그램은 현장접수 방식으로 변경돼 15분~20분 간격으로 쉴 틈 없이 관람객들을 가옥 안으로 들여보냈다.
한 명의 해설사가 감당하기 역부족이라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에서 나온 전문가도 번갈아가며 해설을 맡고 있을 정도였다. 시 관계자는 "사람이 많이 몰려 하루 4회만으로는 부족해, 현장 접수도 받아 진행하고 있다"며 "꾸준히 하루 평균 200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가 마당에 앉아 상기된 얼굴로 내부 관람 순서를 기다리던 최수희(40대 중반)씨는 이날 기자가 만난 유일한 40대 관람객이었다. 최 씨는 "상대적으로 내가 여기 관람객 중에서 제일 젊은 층에 속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해서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수정 시 문화재연구팀장은 "젊은 분들도 오시기는 하는데 몇 분 아침에 오고, 오후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가옥 개장과 몰려든 관람객들을 보는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가옥 근처에서 만난 차모(24)씨는 관람객 줄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업적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렇게 신격화 할 필요까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나이 드신 분들은 그 시절의 향수가 있을지 모르지만, 젊은 세대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산책 나왔다는 인근 주민 김모(38)씨도 "바로 옆 아파트에 살고 있어 요즘 생가 앞에 줄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조금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무관심한 이들도 많았다. 신당동 인근 중앙시장에서 만난 박길녀(63)씨는 "뉴스에서 여기 근처라고 보기는 했지만 정작 어디인지는 모르겠다"며 "진짜 생가도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몰려든 관람객들로 조용한 주택가였던 가옥 인근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생가 근처 분식집에서 만난 함수희(59)씨는 "아직까지는 관람객들이 이 곳 주변에서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사지는 않아 장사에 당장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인근 지역 상인들은 내심 관광지처럼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도 "주민들이 박정희 가옥이어서 좋다 뭐 이런 생각보다는 집값이 오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인근 식당 주인 유모(50대)씨는 "얼마 전에 정부가 생가 근처 연립주택을 주차장으로 쓰려고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주민으로서는 이번 정권이 끝날 때 까지 이 관심이 이어질지 모르겠다는 점에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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