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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에 더 불안해진 한국경제…정부 "곧 효과 나타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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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실(失)보다 득(得)이 많을 것'이라던 국제유가하락이 한국 경제에 불안요소로 떠올랐다. 유가하락으로 얻는 이익도 있지만 이로 인해 과도한 물가하락을 가져오면서 디플레이션 논란이 확산됐고, 수입급감에 따른 경상흑자가 지속되면서 불황형 흑자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계와 정부의 구매력 증대로 이어져 내수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 효과가 머지않아 나타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유가하락은 대한민국 가장 큰 호재"라면서 "누가 뭐래도 (유가가) 30%만 하락해도 300억불이 거저 들어온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이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 등 공급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디플레이션보다는 실질소득 증대와 물가안정 등 실물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개발연구원 등 5개 국책연구원의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유가가 공급측 요인만으로 10% 하락하는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은 0.2%포인트, 소득은 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경상수지 흑자폭이 50억달러 가량 커지고, 소비자물가는 0.14%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2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5% 상승한 데 그치면서 소비부진이 과도한 상태에 빠져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하락이 유가하락에 따른 것이어서 당장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이런 상태가 장기화 된다면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도 저물가에 대해 "서민 입장에서 물가가 떨어지면 참 좋지만 지난 2월 물가는 담뱃값 인상분(0.58%포인트)을 빼면 마이너스"라며 "저물가 상황이 오래 가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될까봐 참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월 경상수지는 69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33억2000만달러)에 비해 무려 36억2000만달러나 증가했다. 수출은 0.7% 줄었지만, 유가하락으로 수입이 11%나 감소한 데 힘입었다. 수출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이 크게 위축되면서 생긴 불황형 흑자가 아니냐는 진단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흑자가 사상 최대치인 9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원자재 수입만 큰 폭으로 감소했고 자본재, 소비재는 계속 플러스(증가)를 보이는 중"이라며 불황형 흑자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유가하락은 세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유류와 관련한 세수는 28조192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364억원 줄어들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유가 하락률에 비해 소비 증가율이 낮아 유류 관련 국세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유가하락이 물가를 낮춰 성장률이 높아지고 세수도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예정처는 "지난해 8월 배럴당 105달러에서 최근 55달러로 44% 하락하면 관세·부가가치세 등 국세는 8.1% 감소하는데, 이를 상쇄하려면 소비량이 8.8% 증가해야 한다"면서 "2004~2013년 연평균 석유 소비증가율이 1.0%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세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의 경우 유가가 8월까지 100달러를 웃돌다가 연말에 급속하게 떨어졌지만 올해는 50~70달러 수준에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세수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기대하는 '유가하락→물가하락→정부·가계구매력증대→소비확대·내수활성화→산업생산증대→세수확대'의 선순환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유가하락분이 가계와 정부의 구매력 증대와 소비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 유가하락분이 유류 외 분야로 옮아가지 못해 전반적인 물가하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임금인상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고, 가계의 실질소득과 소비심리도 개선될 기미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최 부총리가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정부는 머지않아 유가하락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국장은 "유가 하락의 효과는 2분기나 3분기 중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며 "유가가 하락할 경우 구매력이 증가하는 만큼 세계 경제 회복세에 도움이 되고, 우리 수출도 증가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가하락으로 디플레이션이 오지는 않을 것이며 유가하락이 기업이 됐든 소비자가 됐든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은 분명하다"면서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시장이 자연스럽게 이익을 조정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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