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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이학수법, 기업 또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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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이학수 특별법(불법이익환수법)'에 재계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법안의 골간은 단순하다. 횡령, 배임 등 불법행위로 얻은 재산상 이익이 50억원 이상이면 법무부 장관이 국민 대표로 민사 절차로 해당 재산의 환수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법안의 배경은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과거 삼성SDS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저가 발행해 배임 판결을 받았지만 벌금행에 처했을 뿐 해당 주식을 반납하지는 않았다. 그 주식들이 최근 삼성SDS의 상장과 함께 거액의 재산으로 돌아왔고 이 전 부회장에게 사회적 비난이 집중되자 박 의원이 특별법까지 만들고 나선 것이다.
박 의원은 여기에 더해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오너 일가들이 이학수 전 부회장의 불법행위에 힘입어 주식을 저가에 취득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린 만큼 이 역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은 과거 BW 저가 발행이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모든 법적 조치를 다했다. 벌금을 냈고 오너 일가들은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당시 얻은 차익 보다 많은 금액을 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취득한 주식과 관련해선 문제 삼지 않았다. 주식을 취득한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시세보다 싸게 BW를 발행한 점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학수 전 부회장의 불법행위(BW 저가발행)로 인해 이 전 부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가 오너들은 당시 시세보다 싼 값에 삼성SDS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사안이 불법으로 판결이 내려졌고 이에 대한 벌금을 모두 납부한 시점에서는 합법적인 재산이 됐다. 그런데 수년이 지난 지금에야 당시 벌금형을 내릴 것이 아니라 주식을 환수했어야 했는데 못했으니 이번에는 시세차익으로 얻은 재산을 환수하자고 나선 격이다.

이미 과거에 법원의 판결을 통해 처벌 받았던 사안을 다시 한번 처벌 받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가깝다.

박 의원은 이학수법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며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재벌 2ㆍ3세에게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없이 자본이 세습되는 세습자본주의"라고 말했다. 막대한 부를 특정 개인들이 대를 이어 물려 받는 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이것을 막겠다며 과거에 벌어졌던 일을 다시 한번 처벌하고 특정 개인을 표적으로 해 법안을 만드는 등 헌법상 보장된 권리까지 막아서서는 안된다. 재계가 이학수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박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우리 경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매번 정치권의 인사검증이 이뤄질때마다 부정재산 축재와 불투명한 상속이 문제시 되고 있다. 때문에 박 의원이 내 놓은 기업 처벌에 가까운 이학수법은 임시방편의 미봉책에 불과하다.

특정 기업을 처벌하거나 재계를 옥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세습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만한 세금을 부담토록 하고 수익이 오너를 비롯한 특정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에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편이 필요한 것이다. '만만한 것이 기업'이라는 정치권의 의식을 버려야 할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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