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인간과 곤충은 왜 서로 공존하지 못하고 서로 전쟁을 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서로의 식량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곤충들 중에서도 식물을 수분시켜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주거나 사람들에게 꿀을 전해주는 꿀벌같이 서로 공존하는 종류들도 있지만, 더 많은 곤충들이 인간에게 질병을 매개하거나 사람들이 생존하기 위해 지은 농작물을 약탈해가는 소위 해충으로 분류되면서 인간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보다 지능이 낮은 곤충은 타고난 번식력과 저항성 개체라는 생물적 장점을 이용하여 종족을 지켜 나가면서 오히려 인간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농약에 의해 독성 피해와 환경오염이라는 보복을 받도록 하면서 인간과 곤충의 전쟁은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안개 속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번에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새로운 살충제 탐색법은 인간에게 곤충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이러한 살충제 탐색법에서 중요한 개념이 유충호르몬(juvenile hormone)인데 이는 곤충의 발생과정 동안에 주기적으로 외골격을 벗는 변태과정을 조절하며 성체의 경우 암컷이 정상적으로 알을 생산하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그리고 유충호르몬 대항물질(JHANㆍJuvenile Hormone Antagonist)은 유충호르몬의 활성을 방해해 비정상적인 곤충의 변태를 유도하거나 정상적인 알의 분화를 막아 곤충의 생식을 방해하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이 탐색법을 이용하여 태초부터 지구상에서 존재하면서 아직까지도 끊임없이 곤충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식물로부터 곤충성장저해물질(IGRㆍInsect Growth Regulator)의 일종인 유충호르몬 대항물질을 찾고 분리해낸 것이다.
앞으로 이 기술이 발전하면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다른 곤충이나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영향을 받지 않고 솔수염하늘소만 사멸시키는 물질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부디 곤충과의 전쟁에서 새롭게 개발된 곤충 유충호르몬 대항물질 탐색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류가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오현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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