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송영길 전 시장을 물리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등장한 것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성적표다. 그 스스로가 정부·대통령과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힘 있는 시장’임을 자처했지만 아직은 인천시민들에게 그 ‘힘’을 보여주지 못한 듯 하다. 물론 아직 취임한 지 7개월밖에 안된 때여서 다소 섣부른 평가일 수도 있다. 유 시장도 줄곧 당장에 보여주기식 성과 보다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시정을 펼치겠다고 말해왔듯이 꼴찌를 만회할 시간은 아직도 많다.
유 시장은 수도권매립지 현안을 논의하기 앞서 ‘선제적 조치’로 매립지 지분 양도, 매립지관리공사 관할권 인천시 이양 등을 요구했고, 이를 환경부와 서울시·경기도 등 4자 협의체를 통해 얻어냈다. 하지만 합의에 어떠한 조건도 없다는 유 시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냉랭하다.
애초부터 선제적 조치 요구가 매립지 사용 연장을 위한 꼼수였다는 비판을 넘어 유 시장이 오히려 지역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유 시장이 2016년 사용종료 원칙을 공약하면서도 실제 4자 협의체에선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그의 진심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인천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유 시장의 매립지 종료 선언이 전제되야 시민협의회 참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인천시당도 매립지 연장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인천시장의 매립 종료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운동과 함께 인천시청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시와 환경부를 향해 더 이상의 매립지 연장은 안된다고 외치던 정치권과 인천시민들이 지금은 유 시장을 향해 집중 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지역사회가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랄판에 정치권, 시민사회 가리지않고 혼란에 휩싸인 형국이다.
혹여, 유 시장이 매립지 연장을 대가로 실익을 챙기겠다는 속내라면 이제라도 솔직히 털어놓고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건 어떨까.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입장때문에 시민은 시민대로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고 있고, 유시장 또한 다른 현안을 챙길 에너지를 소비한 채 매립지 문제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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