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아이가 뒷줄에 앉았냐' '미술시간 비중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 교사 스트레스 가중…"보육환경 개선 없이 규제만으론 안돼"
# "이번 사건도 CCTV가 없어서 일어난 것은 아닌데, 사후 처벌보다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쪽으로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서울 마포의 한 어린이집 학부모)
지난 16일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에 CCTV 설치를 전체 어린이집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방안은 지난 10년간 4차례나 추진됐으나 인권침해 등을 우려하는 보육업계와 시민사회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현재는 어린이집 원장과 학부모 협의하에 자율적으로 설치하도록 돼있어, 전국 4만4000여개 어린이집 중 20%가량이 설치한 것으로 집계된다.
CCTV 의무화를 반대하는 쪽은 '권장' 수준을 넘은 '강제'는 모든 보육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데 사회적으로 합의한다는 의미인 데다 교사 사생활 침해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학부모들의 경우 이번 사태의 충격으로 불안을 호소하며 CCTV 설치 의무화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우선은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경기도 수원의 한 어린이집 학부모 B씨는 "CCTV에 잡히지 않는 장소에서 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 않느냐"며 "대책을 세울 때는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이어야지, 선생님들을 감시하는 방식이 최우선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개선하지 않는 상황에서 CCTV는 보조적 수단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보육교사들의 자격 문제와 열악한 처우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교육적 접근이 아닌 감시와 처벌에 집착하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서울의 한 민간어린이집 교사는 "현재 6세반 아이들 19명을 맡고 있는데 어쩌다 아이들이 가족여행 등의 이유로 결석해 수업 인원이 10명 정도만 돼도 아이들의 집중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다"며 "근무환경이 이렇게 중요한데 이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시'까지 당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좋은 인력이 오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