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등한 인적쇄신론에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벌기'로 대응했지만, 이번 파장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박 대통령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당청갈등을 조기에 봉합하기 위해서라도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음 전 행정관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언급한 것은 사실인 만큼, 청와대로선 논란에서 빗겨갈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청와대가 음 전 행정관의 발언 진위여부를 가리는 도중 그를 즉각 경질한 것이 당청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사태가 행정관 한 명의 경질만으로 해결될 지는 미지수다. 1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측과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사태가 봉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만큼 '청와대의 후속조치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인적쇄신론의 총구는 문고리권력 3인방을 포함해 박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 10명을 말하는 '십상시'로 향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음 전 행정관은 십상시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돼왔다. 음 전 행정관의 발언은 비박계를 바라보는 대통령 측근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십상시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청와대 내부 조사결과가 음 전 행정관의 주장대로 나온다 해도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을 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고 한다"는 취지로 지난달 술자리에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에게 말했을 뿐이란 게 음 전 행정관의 주장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조 전 비서관의 문건 유출 동기를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라고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 전 비서관이 현 정부에 불리한 문건을 유출함으로써 김 대표나 유 의원에게 줄을 대려 했다는 대통령 측근들의 상황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음 전 행정관의 말을 김 대표에게 옮긴 이 전 위원이 "당 배후 발언을 분명히 했다"며 상반된 증언을 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표현의 차이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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