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부당한 거래의 이익에 주목했고 이를 지식재산권 침해뿐 아니라 공정경쟁의 질서와 공익을 위협하는 것으로 봤다. 그래서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부정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36개주가 이 법을 채택하고 있는데, 해당 주들은 컴퓨터 설계나 디자인, 분석 등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제품을 제조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품 소프트웨어의 구매 기록을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정품 소프트웨어의 구매 기록이 없으면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심지어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기업에서 만든 부품으로 제품을 만들면 해당 제품까지 덩달아 판매가 금지된다. 그렇다 보니 해외 업체로부터 부품을 구매하는 미국업체들 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증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실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무부가 지난해 중국과 인도의 의류 수출업체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에 의한 불공정 거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 업체들은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의류를 생산 수출하는 업체들로,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특정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제품을 라이선스 비용 지불 없이 사용함으로써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불공정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소프트웨어연합(BSA)은 2013년 우리나라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률(38%)이 사상 처음으로 30%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10%가 줄어든 수치다.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률의 세계 평균과 아시아 평균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평균(25%)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점에서 한국무역협회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 할인 행사를 실시했는데 이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미국 불공정경쟁법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한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으로 대미 수출업체가 겪어야 하는 수입을 금지하거나 민형사상 문제를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유럽도 미국을 좇아 유사 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이 무역과 연계돼 강화될 전망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불법 소프트웨어의 이용이 부정경쟁행위로서 통상에서의 불이익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때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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