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많이 자려면 일단 미리 미리 일을 해두어야 한다. 일이 마지막에 몰리면 당연히 밤샘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비슷한 일이 생길 때 또 밤샘을 해서 끝내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니 늑장부리게 된다. 잠을 많이 자려면 잘 먹어야 한다. 배가 고프거나 속이 불편하면 제대로 잘 수 없다. 최근 실수로 항생제를 먹고 그대로 잤다가 식도 염증으로 잠자리를 며칠 설쳤다. 잠을 많이 자려면 기분이 좋아야 한다. 예전에는 한 번 누우면 몇 시간이고 쭉 잤는데 요새는 나이를 먹어가는지 아무리 피곤해도 3~4시간만 자면 일단 잠에서 깬다. 요컨대 잠을 많이 자려면 심신이 다 건강해야 한다는 뜻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수면 부족이 얼마나 해로운지는 잘 알려져 있다. 신체적 건강과 관련해서는 국내외 수많은 연구팀들이 수면 부족이 심장병, 당뇨병, 비만, 고혈압, 대장암, 야뇨증 등 별의별 질병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정신적 건강에서도 수면 부족은 우울증, 자살 충동, 집중력ㆍ주의력 저하 등 심각한 위험을 수반한다.
개인 수준의 상관성이 집단 수준의 상관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최단 수면 시간 통계와 쌍두마차를 이루는 비교국가 통계를 살펴보면 집단적 수면 부족에 연관되는 집단적 위험이 짐작된다. 먼저 한국인의 평균 노동 시간은 2000년에서 2008년까지 OECD 국가 중 내내 1위를 기록하다 2008년부터 멕시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살률(2013년 인구 10만명당 28.5명)은 OECD만이 아니라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노인 자살률은 부동의 1위로 인구 10만명당 80.3명, OECD 평균의 4배를 넘는다.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미국 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비교대상 224개국 중 우리보다 출산율이 낮은 곳은 싱가포르, 마카오, 대만, 홍콩뿐이다.
2007년부터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 발표하고 있는 세계혁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하게 나타난 부분은 무형 자산, 창조적 상품 및 서비스, 온라인 창조성 등 창조적 성과 항목에 해당하는 지표들이다. 이쯤 되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사회가 집단적 창의성도 떨어지는 것은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가 아닐까 싶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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