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청와대 문건 의혹과 관련해 박지만 EG 회장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던 검찰이 돌발 변수를 맞닥뜨렸다.
검찰은 문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던 피의자의 사망으로 수사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에 강압수사 의혹까지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4일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 경위(45)가 전날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그에 따른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최 경위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을 복사해 언론사 등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검찰은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동향보고를 작성한 박관천 경정(48)이 지난 2월 청와대 파견을 끝내고 원대로 복귀하면서 서울청 정보분실에 보관 중이던 이 문건들을 최 경위가 복사해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들은 "정치권이 (최 경위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하며 최 경위가 최근 "(검찰 수사는) 퍼즐맞추기"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 경위는 사망 당시 10여장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족들은 추후 이를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강압수사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건의 실체 확인을 통한 명예훼손 사건과 문건유출 사건을 분리해 속도를 내던 검찰은 양쪽 수사 모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장기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최 경위와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한 한모 경위는 외부유출에는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문건유출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한 인물을 더 이상 수사할 수 없게 된 검찰은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문건유출 경로와 가담인물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손에 넣는다해도 법리적인 부분은 여전히 난관으로 남아있다. 청와대 측에서도 이른바 '지라시'라고 일축한 문건들이 과연 '공무상 비밀'에 해당할 수 있는지, 또 이를 퍼트렸다는 사실만으로 범죄행위가 성립할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열쇠인 이른바 '십상시'와 문건유출의 또 다른 진원지로 지목된 '7인회' 모임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검찰은 의혹의 중심에 선 정윤회씨를 비롯한 핵심 인물들을 잇따라 소환했다. 이번주에는 박지만 회장을 소환해 문건 유출과 비선실세 의혹 등에 대한 진술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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