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이 기계적으로 변하고, 생각이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그 경계를 훌쩍 뛰어넘기 위하여 우린 전진하지 않고 살짝 뒷걸음을 친다. 자아,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해봅시다. 그것은 그냥 노닥거리며 시간을 죽이자는 뜻이 아니라, 이성적 방식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푸는 유연함과 창의적 모티브를 갖자는 뜻이다. 점심 식사 이후 산책으로 걸어간 남산의 어느 호젓한 카페 뒷뜰에서 차를 마시면서, 유니텔 시절에 '차 한 잔의 여유' 폴더에서 황홀에게 자판을 두드리며 시작했던 '온라인 글쓰기' 인생을 가만히 생각했다. 내게 지금 그런 유연하고 열정적인 빈 간이 있는가. 쓸모 없음의 쓸모가 빛을 발하는 이 오후의 단풍 그늘같은 여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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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