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에도 KB금융 내분에 갈팡질팡했다. 엄청난 고객 정보가 카드사와 은행에서 빠져나갔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동양그룹 사태 때에는 부실 징후를 포착하고도 방관해 문제를 키웠다. 저축은행 사태에선 금감원 직원이 연루되기도 했다.
금융사들도 반성해야 한다. 금융사의 고객 서비스(96.6)나 금융 종사자에 대한 신뢰도(90.5)가 금융당국 신뢰도보다야 높지만, 역시 100에 못 미친다. 소비자의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다. 오죽하면 은행들 스스로 다음 달을 '묻혀진 금융사고 자진신고 기간'으로 정했을까.
고객 자산을 맡아 운용하는 금융산업은 신뢰가 생명이다. 국내 금융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아무리 금융허브ㆍ녹색금융ㆍ창조금융을 외쳐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사 모두 환골탈태해야 한다. 당국은 감독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금융사는 윤리 회복에 나서야 한다. 심각한 고객의 금융불신을 알고서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는 없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