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선언문을 낭독한 사람은 수몰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서 온 윌리 텔라비(H.E. Willy Telavi) 총리였다. 그는 "바다는 지구생명체의 생존에 절대적인 공간이며 인류문명의 발전에 필수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해양환경을 더욱 보호할 필요성을 각국 정부에 인식시키고 해양 관련 사안들이 국제정책 대상에 우선순위로 부각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전 세계 정책입안자들에게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지구환경 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나라의 총리가 전하는 '여수선언'의 메시지는 세계인들에게 더욱 강력한 경고를 전달하는 힘을 발휘했다.
'여수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개도국 지원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 해양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와 같은 개도국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해양질서를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국제적 해양이슈가 무엇인지, 그런 문제들이 미래에 어떠한 양상으로 변화할 것인지를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전문가들만이 프로젝트의 실행 주체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국내 기술력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수혜국이 필요로 하는 우수 기술을 해외에서 과감하게 수용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또 하나 현재 국제기구에서 운영되고 있는 기존의 개도국 지원프로그램에 동승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이 경우 신생 여수프로젝트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 상승이 단기간에 가능한 것은 물론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사업기금을 모두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 수많은 개도국 지원 프로그램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의 해양강대국들이 국가적 위상을 더욱더 강화하기 위해 해양정책의 다변화를 통한 미래 해양지향형 경제발전 모델을 구축,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수엑스포가 그 주제를 '바다'로 택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장도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제협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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