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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통형' 병영문화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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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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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쯤 지난 일이다. 경기도 내 군부대의 장교 한 분이 필자를 찾아왔다. 요즘 사병들을 어떻게 지도할 지에 자문을 구하고 돌아가면서는 특강을 요청하였다. 진지한 그 장교의 말에 설득 당해 뜨거운 여름 햇살을 가르며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마음속으로는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피들과 한 시간 남짓 강의를 통한 소통을 하면서 받아갈 푸르른 힘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하였다. 무료강의지만 나에게 남는 것이 크다는 계산(?)까지 하면서 강의실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강당에 앉아 있는 사병들의 모습은 좌절, 우울, 실망 그리고 분노로 뭉쳐진 이상폐쇄집단 같았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마음속에는 수심이 가득 찼다. 힘든 강의였지만 걱정이 앞서 피곤함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요즘 육군 22사단 임병장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군을 포함한 전체 사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같은 부대에서 또 한 장병이 목을 맸다. 그리고 4월 발생한 육군 28사단 윤일병의 내무반 내 집단폭행 사망사건은 여당최고위원회의 주된 의제에 오를 정도로 국민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종 기관과 언론들이 원인 분석을 하고 처방을 내놓는다. 청년 후기에 지금까지 익숙했던 사회와 분리돼 전혀 다른 특수한 조직에 편입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에 노출된 것. 이질적인 집단구성원의 획일적 통제와 엄격한 규율, 과중한 업무부담, 상급자의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통제, 외부와 차단된 주변 환경, 열악한 내무반의 환경 등등. 모든 진단과 주장들이 나름의 타당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가장 큰 원인 및 처방은 전문성과 체계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심리나 정신의학 분야 등에 전문지식이 부족한 군부대 일선 지휘관(중대장)에게 '관심사병' 지정과 관리 권한이 맡겨지고 일정한 틀 없이 사단장 등 개인 품성의 차이에 의해 사병들의 사기가 달라져서는 곤란하다.

선진국에서도 제도와 전문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듯하다. 독일에서는 연방의회에서 선출한 국방감독관들이 군대 부적응자를 포함한 모든 병사의 기본권 보호를 책임지도록 50명 규모의 독립된 조직을 지휘하며 군 당국에 광범위한 정보요구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은 육군연구소(ARI) 산하에 병사들의 복무 스트레스의 발생 원인과 해소 방안을 연구하는 기관을 설치해 과학적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2012년 발표한 '신 국방전략지침'에 장병의 정신건강과 복무의욕 증진 부적응 장병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 운용 등을 담아 관련 예산을 증액하기도 하였다. 나아가서는 군 조직이 아닌 민간전문가에게 군사기밀로 알려진 복무부적응 등 병사관리 일반을 맡기는 나라도 늘고 있다. 미국, 프랑스, 핀란드가 그렇다.

총기사고, 무기탈취, 자살 등은 임병장 사건 전에도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해결의지다.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는 단발적인 처방일 수밖에 없다. 1968년 의정장교기능에 사회사업특기를 부여하였고 1977년 이후 ROTC 및 학사장교 중 사회복지전공자를 의정장교로 선발하고 군목, 군승들을 투입하는 정도로는 이어지는 비극을 단절시키기에 한참 모자란다. 전시에 맞춰진 과거형 병사관리체계를 확 바꿔 선진국 경험을 참고하여 군 내에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소통형 병영문화 창출팀을 만들어 상시적으로 병사들을 치유하고 대변해야 한다. 이것이 안 되면 국방도, 안보도, 국민 불안도 해결이 안 된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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