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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는 천재가 아니라 컴퓨터에 미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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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인사이드 2014' 2점차로 2위 수상 코드레드 김희중씨

화이트해커 김희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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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해커는 절대 멋있기만 한 직업은 아니에요. 영화에서 보는 것 처럼 노트북 몇 번 만져서 마비된 전산프로그램을 바로 고쳐내는 천재도 아니고요. 컴퓨터에 미친 사람, 멀쩡한 컴퓨터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컴퓨터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 해커에요."

화이트해커 김희중(숭실대 컴퓨터학부 1학년·18)씨가 정의한 '해커'다. 김 씨는 지난 9일 여의도에서 열린 국제해킹방어대회 '시큐인사이드2014'에서 준우승을 거머쥔 한국 팀(코드레드)을 이끌었다. 본선에 진출한 러시아(2개), 미국(1개), 대만(1개), 호주(1개), 일본(1개), 베트남(1개) 팀을 누르고 거둔 쾌거다. 지금은 올 8월6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국제해커대회 ‘데프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이번 대회에서 2점차로 우승한 세계적인 실력파 화이트해커 조지 허츠 이야기가 나오자 "롤모델이자 라이벌"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제가 해커를 꿈꾸던 6년 전에도 조지 허츠는 뛰어난 해커로 알려졌었는데, 그 사람을 본선 대회에서 만났을 땐 정말 신기했어요. 오랫동안 최고 해커자리에 있었지만, 이젠 그 사람 능력을 뛰어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 씨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일곱살 무렵이다. 아버지가 팬티엄2 컴퓨터를 사놓고서는 '비싼거니 가지고 놀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뢰찾기나 도스게임을 하면서 게임의 세계를 접했고 이것이 컴퓨터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으로 커졌다.

"어릴 때 부터 게임을 하면서 좋은 게임도 있지만 나쁜 게임을 하다보면 이런 기능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꾸려면 무엇부터 해야할까? 고민하다보니 프로그래밍 C언어부터 다양한 컴퓨터 공부를 하게 됐고 컴퓨터에 빠지다보니 해커도 꿈꾸게 됐죠."
김씨가 바라보는 한국의 보안 수준은 어떨까? 그는 '집 사방에 경비원이 서 있지만, 정문이 열쇠 없이 열려있는 상태'라고 비유했다. 언뜻 보기엔 완벽한 경비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대문이 열려 있는 허술한 상황이란 얘기다.

IT강국임에도 보안인식이 약한 건, 해커의 전문성을 키워주지 않는 분위기와도 직결된다. 일례로 해커 꿈나무가 자라기엔 척박한 환경이다. 김 씨도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런 현실에 맞닥뜨렸다. 고등학교 1·2학년 때 전국의 13개 청소년 해커대회를 휩쓸어 입학사정관제로 대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실패했다. 김 씨는 "결국 고 1·2때 매진하던 해커 공부를 그만두고, 고3 때 바짝 정시공부를 해서 수능으로 대학에 들어갔죠. 데프콘 대회에서 수상해도 입학사정관제가 안되는 친구들을 보면서, 여전히 해커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기회가 많지 않구나 생각했어요. 앞으로 제 후배들에겐 그런 기회가 더 열려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커를 꿈꾸는 친구들에겐 해커에 대한 장미빛 환상은 버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해커는 겉보기처럼 멋진 직업이 아니에요. 해커는 정말 컴퓨터에 미쳐서 컴퓨터만 보는 사람이에요. 잘 돌아가는 컴퓨터를 억지로라도 고장내면서 이 게 어떤 문제일까를 연구하고 트랜드가 바뀌면 또다시 연구하는 성실파가 되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해커의 표면적인 이미지보다는 자신이 정의하는 해커의 이미지를 만들어갈 줄 아는 성실함이 있어야 뛰어난 해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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