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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칼럼] 뻥경제의 자책골

최종수정 2014.06.30 11:09 기사입력 2014.06.3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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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논설실장

양재찬 논설실장

'뻥축구'란 말이 있다. 생각 없이 공을 뻥뻥 차대는 것을 일컫는다. 골을 넣어야 이기는데 이런 식이면 얻는 것 없이 헛힘만 쓰게 된다. 지난해 이맘 때 여당의 흔들기에 "축구는 개인기보다 골로 말한다"고 항변했던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정책이 그랬다. 시원스런 골은커녕 다른 선수들에게 어시스트도 하지 못했다. 1년3개월째 경제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헛발질과 좌충우돌하기 바빴다.

사실 그는 내정 단계부터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부총리감이 아니라는 등 말이 많았고, 국회 인사 청문회가 지연되기도 했다. 어렵사리 주전으로 선발은 됐지만 컨트롤타워로서 리더십도, 정책에 대한 철학과 소신도 부족했다. 국무회의 때 대통령 말씀을 받아 적고 이행하기 바빴지 '현오석표 정책'은 없었다.

부동산 취득세 인하와 소득세 부과 기준 변경,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등 국민이 민감해하는 세금 문제마다 갈팡질팡했다. 임면권자인 대통령에게도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부하들을 닦달해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마련했지만 퇴자 맞았고, 규제개혁회의 준비 과정도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아 회의가 연기되더니 결국 대통령이 주재해 갈무리했다.

교체 선수로 여당 원표대표 시절 현오석을 질타했던 최경환이 투입됐다. 개인기나 배경은 나아 보인다. 경제관료 출신 3선 의원이자 '친박' 실세다. 부총리 내정 첫날 기자들과 호프집에서 만났다. "갑갑하게 막혀 있는 느낌"이라며 "정책을 점검해 확 바꾸겠다"고 했다. 1차적으로 거론한 대상이 부동산담보대출 규제완화.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다'며 LTV(주택담보대출비율)ㆍ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의 말 한마디에 꿈쩍 않던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위원장이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

하나 그가 알아둬야 할 게 있다. 주택거래가 부진한 이유는 은행이 대출을 적게 해줘서가 아니다. 집값이 떨어지는 판에 빚을 내 집을 샀다가 낭패를 볼까 염려해서다. 괜히 빚 얻어 집 사라고 조장했다가 집값이 고꾸라지면 가계는 파탄나고 은행도 어려워진다. LTV와 DTI는 경기부양 카드가 아니라 금융 건전성을 지키는 평형수다. 우리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버텨내는 데 역할이 적지 않았다. 최경환 공격수가 급한 김에 평형수를 향해 공을 찼다가는 부동산 경기는 반짝하는 데 그치고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을 자극하는 자책골이 될 수 있다. 그도 벌써 뻥축구 조짐이 엿보인다.
경기 활성화의 길은 부동산에만 있지 않다. 우리 경제가 처한 최대 문제도 부동산이 아니다. 기업투자와 가계소비 위축이 훨씬 심각한 일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부동산 거품에 기대는 일시적 경기 띄우기보다 투자심리 회복과 내수 진작 등 근원적 처방을 더 고민하라. 기업의 국내투자를 가로막고 해외로 내쫓는 규제를 도려내라. 내수를 살리자며 소득이 게걸음인 가계만 채근하지도 말라. 한 해 1000만명 넘게 오는 외국인관광객이 더 편히 쉬고 재밌게 즐기며 돈을 쓰게 만들라. 이런 식으로 국내에서 '외수(外需)'를 일으키면 자연히 국내소비가 살아난다.

뻥축구는 한국 축구의 대명사다. 해외무대에 진출하는 등 선수들 기량이 나아졌다지만 체력은 여전히 달린다. 홍명보 축구팀이 월드컵 16강은커녕 1승도 못 건진 요인은 복합적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지금의 '경제 13강'을 뛰어넘으려면 중소기업과 중산층 이하 가계의 기초체력부터 보강해야 한다. 그래야 수출ㆍ내수,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균형성장을 꾀하고 양극화도 완화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474 비전(성장률 4%ㆍ고용률 70%ㆍ국민소득 4만달러)'도 구호만 외쳐대는 '뻥경제'로는 어림도 없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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