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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대한민국]"여성1호 비결요?…악착같이 버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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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정일 산업2부장, 정리= 이은정 기자, 사진= 최우창 기자]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이들은 선택받은 소수의 여성 리더가 아니라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꿈을 일궈낸 'W(여성)-프론티어(선구자)'다. 냉혹한 정치ㆍ경제ㆍ비즈니스계의 까마득해보이는 차별의 벽을 넘어 스스로 낯선 길의 선구자가 되었다. 여성이 사회 발전의 에너지이자 글로벌 혁신의 자원임을 실력과 실천으로 당당히 입증했다. W프론티어는 여전히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여성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이 시대의 메시지다.

본지는 국내외에서 맹활약하는 대한민국 W-프론티어들을 만나 생생한 성공 스토리를 듣고 이들의 개척 정신을 우리 사회 곳곳에 전파하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2014년 아시아경제 W리더십 3기 멘토를 구성해 후배 여성 인재들과 교류도 확대한다. 2012년 1기 여성 멘토, 2013년 2기 여성 멘토에 이어 새롭게 구성되는 3기 멘토의 값진 여성 리더십이 선진 대한민국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특별취재팀=이정일 산업2부장, 정종오·이은정·이지은·지연진·이창환·김은별 기자


[W프론티어 3기의 메시지-조윤선 첫 여성 정무수석의 인터뷰]
청와대 인사전 인터뷰 "힘들어도 성심껏 잘해라"
女 고용률 높이면 GDP 1% 성장…女 성공 위한 네트워크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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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근이라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힘, 그게 바로 1호 여성이 갖는 의미다."
의외였다. '여성 1호'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리천장'이란 흔한 단어 대신 직설적인 답이 돌아왔다. 스스로를 갑ㆍ을ㆍ병 중에서도 '병'이라고 지칭했다. 1호여성, 팔방미인, 엄친딸, 박근혜 대통령의 입…. 조윤선 정무수석 비서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 중에서도 '1호여성'이 잘 어울린다. 김앤장의 첫 여성 변호사, 박근혜정부 첫 여성가족부 장관 등 각종 최초 기록이 그를 따라 다닌다.

이번 청와대 비서진 개각에서도 첫 여성 정무수석으로 발탁됐다. 그동안 청와대에서 여성들이 수석으로 일한 경우는 있지만 정치권을 대상으로 큰 역할과 책임을 갖는 정무수석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사 발표 후 건넨 축하 문자에 '새 자리에서도 성심껏 잘할게요'라고 답한 대목에서도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1호 여성의 되는 비법'이 있다면 이런 내용이 아닐까. '힘들어도 성심껏 잘해라'. 청와대 인사가 나기 전 여가부 장관으로 재직 당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대한민국 여성 후배들에게 한결같이 그 '얘기'를 했다.

◆1호 여성의 비결 '욕심'= 조 정무수석은 작년 3월 여가부 장관으로 내정됐을 때 '첫 내각의 여가부 장관이 돼 어깨가 무겁다고 했지만 사실 무엇 때문에 무거운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여성대통령이 나온 만큼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켜야 하는데 그것을 챙기는 부처의 장"이라고 말한 기 소르망(Guy Sorman) 파리정치학교 교수의 한 마디에 무릎을 쳤다. '대한민국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책임자가 바로 자신, 여가부 장관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욕심을 냈다.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상시 멤버로 끼워달라고 요청한 것은 첫 번째 욕심이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경제장관회의는 부처 중에서도 힘센 부처 수장들의 모임이다. 여가부 장관은 현안이 있을 때만 참석해왔다.

"경제관계장관회의에 가서 국토부에서 행복주택을 만들 때 공동육아나눔터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더니 지침에 반영됐지요. 여기가 바로 부처들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여가부 관련 안건 있을 때만 부르지 말고 상시 멤버로 넣어달라고 부탁했어요."

조 정무수석이 여가부 장관 재임 중 일하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 직장어린이집, 성인지예산 확대 등 굵직한 여성 관련 정책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욕심 덕분이다. 올 들어 모든 부처에서 여성 고용을 중요 이슈로 여기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열심히 펼친다고 관련 수치에 바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체감도는 뒤에 천천히 따라옵니다. 작년에는 아무리 (여성 정책을)끌어도 안 움직이는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확실히 달라지는 것을 체감합니다."

부처 협업의 대표적인 결과물은 지난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이다. 그가 '꿈인가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과정이 힘들었다. 기획재정부ㆍ고용노동부ㆍ보건복지부 등 칼자루를 쥔 부처 정책결정자들에게 전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여성고용률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경력단절을 예방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덕분에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관련 제도를 하나로 모은 사상 첫 합동대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

◆여성 정글짐 만들겠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보면 정글짐이 있고 옆에 혼자 타고 올라가는 막대 기구가 있습니다. 남성들은 학연, 지연 등을 다 동원해 이같은 정글짐을 만들었지만 여성들은 외줄타기를 하는 게 현실이지요. 인위적이라도 정글짐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의 두번째 욕심은 여성만의 '정글짐'을 만드는 것이다. 1호 여성에 대한 애착이 큰 것도 그래서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들은 '내가 받은 월급을 고스란히 아이 보는 사람한테 주는데 일하느라 힘들고, 아이도 힘든데 왜 일을 해야 하느냐'는 고민에서 비롯된다. 이때 롤모델이 될 1호 여성이 있다면 '아 나는 지금 투자하는 것이다, 나한테도 희망이 있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기간을 힘들어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기간으로 여길 수 있다. 조 정무수석은 "롤모델이 많다는 것, 롤모델이 내 주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글짐도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여성들의 정글짐을 구축하기 위해 사이버 멘토링과 여대생커리어개발지원사업, 여성인재아카데미, 여성관리자 네트워크 구축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여성관을 바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CEO가 여성 인재에 대한 투자가 수익률과 직결된다고 느낀다면 육아휴직이나 직장어린이집 사업 등에 적극적일 것이다. 실례로 골드만삭스 재팬이 각 산업 수익의 평균과 여성임원이 많고 인재가 많은 곳의 수익률을 따로 뽑아서 분석했더니 후자가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정무수석은 "전 부처에서 주는 R&D(연구ㆍ개발)예산 중 일ㆍ가정 양립하는 가족친화 기업들에 줄 수 있는 것만 뽑았더니 2조5000억원 정도의 규모가 되더라"며 "가족친화기업들에 이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처럼 경제적 효과가 따라간다면 CEO도 여성 인재에 꽂힐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여성의 지위에 관한 얘기가 이어졌다. 조 정무수석은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여성의 지위를 견인했다면 앞으로는 경제적 이슈가 견인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에 글로벌 경제의 생산력 인구가 반, 2030년부터 국내총생산(GDP)가 1%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여성 고용률을 남성만큼 높인다면 20년 동안 GDP가 1%씩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앞으로는 '성장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하는데 여성고용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담=이정일 산업2부장, 정리=이은정 기자 mybang21@ 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W프론티어 3기의 메시지-권선주 IBK 기업은행 첫 女행장의 편지]
갈등 생기면 10-10-10 법칙, 10분·10개월·10년 뒤 모습 생각하라
일·가정은 제로섬 게임 아니다…휴직중에도 인맥관리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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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뉴욕에서 개최된 '2014 Toy Fair'에서는 분홍빛 원피스에 가방, 구두, 스마트폰 등 도시녀의 액세서리를 갖춘 "직장여성 바비인형"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제는 상상속의 금발머리 공주인형이 아니라 현실속의 커리어 우먼이 아이들의 꿈이 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출근하는 엄마 앞에서 떼를 쓰던 어린 자녀가 어느 정도 자라서는 엄마의 직업을 인정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여성 스스로도 전업주부 보다는 사회생활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육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큰 고민거리이다.

남성들은 대개 직장이라는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중단 없이 완주하지만 여성들은 경력단절과 재도전 즉, Off-ramp(진출램프)와 On-ramp(진입램프)를 겪을 수밖에 없다. 육아부담은 제쳐두더라도 공백기 후의 직장 적응문제, 남자동기들과의 격차, 승진에서의 불이익은 큰 걱정거리이다.

특히 육아휴직이 그렇다. 나 또한 엄마가 되고 보니, '혹시 경력이 단절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우리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팁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인생에 있어 성공은 속도가 아니다. 그러니 조급함을 버리자.

조금 더 멀리, 길게 내다보고 자신만의 속도로 가겠다는 여유를 가지자.

인생은 길게 보면 100년을 달려야 할 마라톤이다. 그리고 전성기는 20대 보다는 역량과 내공이 무르익은 40대 이후에 오는 경우가 더 많다. 꽃이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도 피고, 가을에도 피고 심지어 한겨울 차가운 눈 속에서 피는 꽃도 있다. 인생의 시계를 24시간으로 맞추고 중년의 전성기를 기대하는 여유를 가지길 바란다.

다음은 일과 가정의 적절한 균형을 갖추는 것이다. 여기서 균형이란 꼭 50대50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정에 충실할 때와 일에 더 전력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예를 들면 보육과 육아에 있어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기간은 출산 후 1~2년과 아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했을 때이다. 그래서인지 이때가 여성들이 사표를 가장 많이 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는 육아휴직 등 제도를 최대한 이용해서 아이와 정서적 유대를 쌓거나 학교적응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직장엄마가 겪을 수 있는 아이의 성장통을 줄이고 나머지 기간에 일에 전력할 여유가 생긴다.

세 번째는 휴직기간에도 업무공부와 최소한의 인맥관리를 하는 등 경력재개를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야 한다.

직장을 잠시 떠나 있다고 모든 것을 단절해서는 안 된다. 자격증 준비를 하거나 카톡 등을 통해 직원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직장 내부소식을 듣고 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경력이 완전히 중단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복직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어렵다는 CFP, AFPK 자격시험에서 육아휴직 중인 직원들이 수석으로 통과한 사례도 있다. 나도 휴직시기에 틈틈이 공부를 했었고 그 습관은 지금도 남아 아침 출근하는 차안에서 FM 영어방송을 들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

네 번째는 아이와 가족도 엄마의 직업을 받아들이고 도와줄 수 있게 준비를 해주어야 한다.

휴직이 끝나면 아이는 출근하는 엄마를 놓아주어야 한다. 아이가 이별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항상 같은 장소에서 헤어지고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 지 호기심을 갖게 하는 등 미리 준비를 시켜야 한다. 죄책감과 자존심은 버리고 남편과 부모님께도 도움을 솔직히 청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힘들어 포기하고 싶더라도 멀리 내다보며 이겨내야 한다.

여자는 가슴에 사표를 담고 산다고 한다. 그만큼 육아와 일의 양립을 고민하며 힘들어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쉽게 포기해서도, 생각 없이 포기해서도 안 된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 것보다는 안한 것을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10분후, 10개월 후, 10년 후의 모습(수지 웰치, 10-10-10법칙)을 그려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

세종대왕께서 여성은 물론 남성에 대해서도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셨다고 한다. 600여 년 전에 육아휴직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계셨다니 놀라운 일이면서도 지금의 우리를 낯부끄럽게 한다.

스튜어트 프리드먼 교수는 와튼스쿨 인생특강에서 "일과 개인의 삶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는 윈윈 게임이고, 각 영역이 조화롭게 통합되어야 개인의 행복과 일의 성과가 커진다"라고 했다. 가정과 일의 양립이 쉽지는 않지만 가정에서 에너지를 얻고 일을 통해 성취감을 맞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서울서 부산까지 한 번에 완주하려다 탈이 나는 것 보다는 잠시 Off-ramp를 빠져 나가 재충전을 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 다시 달리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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