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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인공태양의 눈부신 햇살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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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곤 국가핵융합연구소 기술본부장

이현곤 국가핵융합연구소 기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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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지방 카다라쉬(Cadarache)에는 국제공동 과학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필자는 지난주 ITER 국제기구가 초청한 각 회원국 기자단 초청행사에 ITER 한국사업단 담당자로 참석했다.

핵융합에너지의 원천은 태양과 같다. 가벼운 원자인 수소를 사용해 원자핵들을 결합시키면 무거운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진다. 질량 결손에 의해 거대한 에너지(E=mc2)가 발생한다는 원리이다. 연료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하게 되는데 연료 1g으로 석유 8t에 해당하는 막대한 핵융합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지구에서 인공태양을 만들려면 최고급의 과학과 최첨단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대용량의 에너지를 뽑아 실용화하려면 고효율 핵융합 반응을 위해 수소 플라즈마를 1억도 이상 올려야 한다. 이렇게 높은 온도의 플라즈마가 핵융합로 벽면을 때리지 않게 완전히 가둬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플라즈마가 전기를 띠므로 자기장으로 가두는 자기병(magnetic bottle) 원리를 이용해 가두지만 이번에는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해 고밀도로 만들면 플라즈마가 불안정해져서 자꾸 꺼져 버린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고 핵융합을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 과학기술자들에게 핵융합 연구는 커다란 도전임에 틀림없다.

대용량 고효율의 에너지원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핵융합의 매력이다. 온실 가스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없는 친환경적이고 지진 등 사고 시에도 플라즈마 상태가 즉시 불안정해 핵융합 반응이 스스로 중단되는 등 근원적인 안전성을 가지며 지구상에 중수소(바닷물), 삼중수소(리튬으로부터 변환) 등 연료가 무한하다는 것 등이다.

핵융합에너지의 실현에는 과학기술자들의 도전뿐만 아니라 엄청난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들어간다. 핵융합 연구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중요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로서 정부의 비전과 뒷받침이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들은 투자의 리스크를 공유하기 위해 1988년부터 초대형 국제협력 사업으로 ITER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2007년부터 ITER 국제기구를 조직하고 본격적으로 건설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미래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로 2003년부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ITER 건설비용은 유럽이 45.46%를 부담하고 나머지 국가가 9.09%씩 나눠 분담한다. ITER 사업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1차 목표이지만 ITER를 통해 개발된 첨단 신기술은 다른 산업에도 곧바로 응용되는 과학과 산업이 결합되는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세계 핵융합학계는 ITER 건설이 성공하고 요소기술이 동반 발전할 경우 향후 30~40년 후에는 핵융합에너지에 의한 전기 생산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누가 먼저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고 세계 시장을 선점하느냐 하는 경쟁이 곧 다가올 전망이다.

모토지마 사무총장은 기자단 인터뷰에서 ITER 회원국으로서 한국을 높게 평가했다. 우리나라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는 현지 ITER 건설에 많은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짧은 연구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자들은 KSTAR 프로젝트와 함께 성장해 세계 핵융합 연구의 중심 ITER에서 세계 연합 연구팀에 놓여 있는 난제들을 같이 풀어가며 호흡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핵융합 연구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도록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급 과학기술인력 양성 등 연구 저변 확대 등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인공태양이 ITER을 통해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떠오를 때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세계 과학기술자들과 같이 어울려 해맑게 웃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현곤 국가핵융합연구소 기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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