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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정재영, '연기파' 수식어론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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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린'의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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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정재영은 '연기파'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배우다. 그러나 '역린'을 접하고 나면, 그 이상의 수식어도 아깝지 않을 듯하다.

22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기자간담회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한 시간 반 전부터 티켓을 배포했는데, 상영 시간이 가까워오자 표가 동날 정도였다.
'역린'은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막히는 24시간을 그린 영화다.

정재영은 어린 나이에 궁에 들어와 세손시절부터 정조를 보필한 유일한 신하 상책 역을 맡았다. 정조와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뜻을 알아차릴 정도로 깊은 유대감을 자랑한다.

뛰어난 학식에 무술 실력까지 갖춘 상책을 연기한 그는 정조 역의 현빈과 뜨거운 호흡을 보여준다. '광해'에서 이병헌과 류승룡이 찰떡 궁합으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면, 정재영과 현빈은 깊은 감정 교류로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물론 웃음이 터지는 순간도 있다)
영화 '역린'의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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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여곡절 끝에 궁에 입성한 뒤 왕과 진심을 나누는 친구 사이로 함께 성장하게 된다. 그만큼 감정적인 혼란을 많이 겪는 인물이다. 심한 매질을 당하고 피를 흘리면서도 상책은 정조를 지키려고 애쓴다.
강직하고 의리 있는 성격은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그의 성품이었다. 살수로 길러진 동생 을수(조정석 분)를 향한 애정도 남다르다.

정재영은 우직하면서도 내면에 온기를 간직한 신하로서의 역할에 몰입했다. 밀도 있는 감정신들을 소화해내며 슬픔을 휘몰아치게 만든다. 어느새 관객들은 그의 연기를 숨 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내시 역할이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그이지만, 순박함과 강인함을 기묘하게 넘나드는 정재영의 얼굴은 상책 역과 꼭 맞아떨어졌다. 이재규 감독의 '신의 한 수'였는지도 모르겠다.

전작 '방황하는 칼날'의 분노와 슬픔에 가득찬 아버지, '플랜맨'의 강박증에 사로잡힌 남자는 완전히 벗어던졌다. '정재영식 유머'를 좋아하지만, 진지한 정재영을 보는 것 또한 기쁨이라는 걸 '역린'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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