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정유업계에 '삼성 주의보'가 내려졌다. 알뜰주유소 참여로 정유업계에 발을 걸친 삼성토탈이 최근 대한석유협회 공식 가입을 추진하는 등 정유업 본격 확대에 나서면서 경계감이 커지고 있는 것. 정유업계에선 삼성토탈의 이 같은 행보가 향후 '삼성주유소'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기 총회가 다음달 3일로 결정됐다"면서 "이번 총회에서 삼성토탈이 지난해 말 제출한 가입 신청에 대해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토탈은 지난 2010년 정제업자로 등록하고 2012년 알뜰주유소에 휘발유 반제품을 공급하면서 정유업계에 발을 들였다. 특히 이달 들어 휘발유 완제품 납품을 시작하는 등 최근 정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삼성토탈은 하반기에는 신규 벤젠ㆍ톨루엔ㆍ자일렌(BTX)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통해 경유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유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토탈은 석유협회 가입을 통해 정식 정유사업자임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의 해명에도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만큼 삼성토탈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토탈은 한국거래소 석유제품 전자상거래에도 정유사로 이름을 올리며 석유대리점,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와 함께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한 대한송유관공사 지분(2.26%)을 인수해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인프라 확충도 진행 중이다. 특히 삼성토탈은 지난 2010년 LPG사업을 확대하면서 '삼성' 브랜드를 단 LPG 폴사인(간판) 충전소를 연 전력이 있다.
석유협회 가입 여부가 기존 회원사인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찬성표에 달려 있기 때문에 삼성토탈의 가입이 '부결'로 결정날 것이란 전망이 그동안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를 보면 삼성토탈이 석유협회 다섯 번째 회원사로 등록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동북아 오일허브 간담회에서 산업부 고위 관계자가 정부 4사 간부들에게 삼성토탈의 석유협회 회원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정유업계로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선 긴장의 기색이 역력하다. 향후 '삼성주유소'가 등장한다면 정유시장 권력구도가 전면 재편성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토탈의 행보는 '삼성'이 정유 사업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 삼성 브랜드를 단 LPG 충전소를 선보였던 만큼 실제 '삼성 주유소'가 등장한다면 기존 4사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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