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람들은 한 단어를 하나의 음으로 부르기로 했다. 하늘은 천(天), 땅은 지(地), 검다는 현(玄), 누렇다는 황(黃)이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나중에 예외가 생겨나긴 했다.
전설 속 인물 창힐이 이 혼란을 줄일 방법을 궁리해냈다. 그는 동음이의어를 시각적으로 구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상' 소리 글자를 예로 들면 '서로'라는 뜻을 지닌 '상'은 相으로 쓰고 '장사'는 商으로, '코끼리'는 象으로 나타냈다. 이런 기본 글자에 각각 의미를 연상할 수 있는 글자를 붙여 한자를 추가해 나갔다. 相에 마음 심(心)을 받쳐 생각 想을 지었고 相에 대 죽(竹)을 씌워 상자 箱을 만들었다. 相에 비 우(雨)가 내리도록 해 서리 霜을 표시하기로 했다. 商과 象 등에도 각각 뜻을 표시하는 다른 글자를 더해 새로운 문자를 지었다. 글을 통한 의사전달은 명확해졌지만 한자를 익히는 일은 점점 어려워졌다.
후세 사람들은 한자를 나눠 뜻을 해석하곤 한다. 예컨대 주저한다는 주(躊)는 '목숨 수(壽)와 관련된 발걸음 족(足)은 머뭇거려진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躊는 주 발음을 표시하는 壽를 쓴 다음, 이 발음의 다른 글자와 구별하기 위해 足을 붙인 글자다. 壽에는 뜻이 없다. 壽 대신 한글로 '주'라고 써도 무방하다.
창힐은 중국어의 한계를 고착시켰다. 그가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형성문자를 만들지 않았다면 중국인들은 '한 소리 한 단어' 원칙을 고수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중국 문자도 소리에 가깝게 만들어졌을 수 있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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