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일 4국 정상, 핵안보정상회의 계기로 이합집산 안보논의
일단 '북핵불용(北核不容)'에는 네 나라 간 이견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헤이그에 도착하자마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한의 핵보유를 확고히 반대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를 두고 6자회담 재개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나왔으나 이어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에선 온도 차가 여전했다. 24일 현지 미국대사관저에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6자회담은 북한의 변화된 행동에 기반해야 하지만 북한이 그럴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로 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 측은 회담 뒤 공식 발표를 통해 "두 정상이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한 조건 마련에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중국 입장에 치우친 해석을 내놨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영토분쟁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이 동북아 지역 정세에 집중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러시아 제재에 중국의 협조를 요청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5일 있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한일관계 개선을 이끌어내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른바 '과거사 여론전' 행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는 23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과거를 진지하게 마주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외교를 진행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암스테르담의 안네 프랑크 박물관을 방문해 "우리는 겸허한 자세로 역사적 사실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역사의 교훈과 사실들을 다음 세대에 물려줌으로써 전 국제사회에 평화를 구현하고자 한다"고 했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문제로 동북아 지역 안보가 훼손되고 있다는 국제 여론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역사와 외교를 분리해 접근하려는 미국 주도의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및 우크라이나 문제가 주된 의제로 꼽히지만, 아베 총리에 의해 한일 역사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을 한일 정상회담 재개의 초석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통해 두 나라 사이 긴장완화를 '아시아 회귀 전략'의 핵심 전제 조건으로 삼는 미국을 설득해 중국과의 영토분쟁에서 확실한 지원군을 얻고자하는 속내가 담겨있다.
헤이그(네덜란드)=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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