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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기후변화 못 따라간 건물구조…더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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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훈 포스코A&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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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따뜻한 겨울이었다. 어렸을 적 우리나라 겨울 기후의 특징이 3일 춥고 4일 따뜻한 삼한사온이라 배웠는데 최근의 기후변화로 날씨의 공통적 특징을 말하기 어렵게 되었다.

춥지 않은 날씨 중에도 동해안과 남부지방의 폭설로 많은 피해가 있었다. 특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의 강당 붕괴로 인한 대학 신입생들의 참사는 학생들의 부모는 물론 자녀를 둔 국민들의 마음을 한동안 먹먹하게 만들었다. 경찰의 조사로 볼 때 사고 원인은 설계, 감리, 시공의 총체적 부실로 보인다. 1995년 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동일하다. 이런 종류의 사고가 발생하고 사고 이유가 건축 관련자에게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송구함과 답답함이 겹쳐진다. 조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일들이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기에 예방 차원에서라도 전문가의 입장에서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짚어본다.
안전한 집을 짓기 위해선 구조기술사가 구조계산을 해서 보, 기둥의 방식, 크기 및 바닥의 두께 등을 정하는데 구조계산을 하기 위해선 각 부분이 지탱해야 하는 무게를 가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도서관의 서고는 책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아파트의 거실은 소파, TV 등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며, 기계실은 보일러를 포함한 각종 기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붕은 별로 감당할 무게가 없다. 눈 정도가 감당할 무게이다. 그것도 지붕 경사를 가파르게 하면 눈이 흘러내려서 큰 고려사항이 못된다. 특히 중부이남 지방은 눈이 오면 곧 녹기 때문에 고정적인 하중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기상청이 생긴 이후 적설량이 1m가 넘고 겨울 평균기온이 영하권에 있을 때 눈의 무게를 계산해서 고정적인 하중으로 가정한다. 국내에선 중부 이북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결국 중부 이남지역은 눈을 고정하중으로 고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 이제까지의 상황이다. 어떤 상황에도 견딜 수 있는 집을 설계하고 짓지 않는 이유는 당연히 경제성 때문이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기 전, 그리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 전, 다리와 건물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많은 신호를 보냈다. 성수대교 설계 때 한도 중량을 한참 초과한 덤프트럭이 수도 없이 지나다닐 것으로 가정하지 않았고, 삼풍백화점 옥상엔 그렇게 무거운 냉각탑ㆍ실외기ㆍ환풍기가 설치될 것으로 가정하지 않았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과도한 무게를 지탱하게 될 때 구조물은 피로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피로강도가 높아질 경우 균열의 크기는 확대된다. 사람도 과로하면 병이 걸리고 병이 걸리면 치료가 필요하듯 구조물도 지속적인 관리와 보강이 필요하다. 건물도 교각도 생애주기 전체를 보면 신축공사비보다 유지 관리비가 더 많이 드는 것이 선진국의 예다.

해마다 각종 기후 데이터가 기상관측소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제까지 가정했던 수치들을 넘어서는 것이다. 신축하는 구조물들은 이런 기후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지으면 된다. 그러나 기존의 구조물들이 극심해진 기후 상황에 안전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옳지 못하다. 경주리조트 강당 붕괴 사고의 1차적 책임은 건물을 설계하고 공사한 건축관련자들에게 있다는 조사내용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 경주를 포함, 남부지방의 건물들은 폭설을 고려하지 않고 지어졌음을 알아야 하고 붕괴된 강당의 부실 정도가 우리 건축의 일반적 현실임을 알아야 한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건물주는 기존 건물들의 상태를 조사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극심한 기후의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강당,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 및 체육관 같은 대형구조물에 대한 조사 및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필훈 포스코A&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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