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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제정자의 '별을 머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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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씩, 한번 웃으면/그의 이는 박 속처럼/눈이 시려/사랑으로 내려 앉았어라//눈에 보일 듯 말 듯한/작은 별 하나/움푹 파인 배 위에 품고 있는/초승달같은 사람//별을 머금고, 별이 흐르는/그리운 내 그 사람

제정자의 '별을 머금다'

■ '머금다'라는 말을 생각해본다. 먹은 것도 아니고 먹지 않은 것도 아니고 머금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그냥 물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안 물고 있는 것도 아니고 머금고 있다는 것. 물고 있으려면 이빨이 필요하고 무엇인가 좁은 입구가 있어야 하지만 머금고 있으려면 그릇 같은 우묵한 것이 필요하다. 먹거나 뱉기 위하여 입 속에 가둬놓은 한 모금의 물 같은 것이라야 머금었다 할 만하다. 머금는 것은 아직 입술 부근에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모금으로 가려면 목 넘기는 거기까지 가 있어야 한다. 먹을 듯 입에 넣은 뒤에 고이는 침이 그 넣은 것을 젖게 하는 것도 머금었다 하니 빨리 먹지 않고 가만히 그 과정을 음미하는 일이 된다. 머금 중간에 붙은 미음(ㅁ)은 머금을 때의 입모양을 만들어내고 머금는 소리를 만들어내고 그리하여 무엇인가를 머금고 있으면서 그것을 뇌로 바라보는 내관(內觀)의 눈을 만들어낸다. 머금는 일은 먹으려고 입에 넣은 물을 조금 데우거나 식혀 몸 안의 온도와 맞추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먹지 않고 머금은 것은 내뱉을 가능성 또한 절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시인은 별을 머금는다 했다. 별을 액체로 인식하는 그 상상력이 참 아름답지 않은가. 환한 웃음을, 별을 머금은 것으로 읽어내는 눈이 참 멋지지 않은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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