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티 타임 거액에 거래, 지금은 티 타임 채우기에 급급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그린피가 얼마예요?"
주말골퍼 A씨가 지인이 예약해 둔 서울 인근의 한 골프장에 전화를 걸어 그린피를 물었다. 날짜와 시간까지 얘기했지만 골프장 직원은 가격을 알려주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눈치였다. 골프장마다 요일과 시간에 따라 할인율이 서로 달라 사실 직원들조차도 그린피를 바로 대답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날짜는 물론 티오프 시간까지 알려줘도 그린피를 말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예약서비스는 에이스골프와 SBS골프 등 골프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커졌다. 최근에는 엑스골프가 등장해 아예 골프여행상품 등을 패키지로 구성하는 등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대중제는 물론 회원제도 부지기수다. 당연히 회원이 먼저 예약한 후 잔여 티타임을 주는 방식이라 선호 시간대가 많지는 않다.
보통 100곳 이상의 골프장에서 실시간 예약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경우 '노쇼(No Show, 예약취소 없이 해당 시간에 입장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그린피를 선불로 받기도 했다. 요즈음은 그러나 예약을 채우기에 급급해 미리 그린피를 받거나 위약금을 물리는 일도 드물다.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우위의 시장으로 재편된 셈이다.
▲ "손님 좀 보내주세요"= 예약 수요가 많아지면서 2, 3년 전부터는 부킹 에이전시도 생겼다.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기업이 아닌 커뮤니티 형태로 발전했다. 개인이 포털사이트의 카페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모객하는 방식이다. 연습장에 소속된 프로나 운영자가 주로 인근 골프장과 연계해 예약을 대신한다.
예약이 가능한 골프장은 많아야 10개 정도다. A씨가 그린피를 알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부킹에이전시를 통해 예약한 경우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어느 에이전시를 이용해 예약했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모객능력이 뛰어난 곳에는 리베이트(백 마진)까지 지불한다. 고객에게 그린피를 받은 뒤 1인당 1만원씩 등 에이전시에게 적립하는 방식이다.
블로그에서 시작해 아예 기업형으로 커진 골팡이 가장 규모가 크다. 최근 홈페이지까지 오픈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수도권 골프장 50여개에 대해 예약 대행과 할인까지 해준다. 한 부킹에이전시 관계자는 "회원제나 소위 명문이라고 내세우는 골프장에서는 이름을 공개적으로 노출시키지 않고 모객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온라인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주로 전화로 예약한다. 가보지 않은 골프장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큰 메리트다. 규모도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추이다. 골프장이 모자라 주말 티타임 하나를 잡기 위해 애면글면하던 시절에서 부킹에이전시가 골프장의 새로운 '갑(甲)'으로 등장하면서 입장이 역전된 모양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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