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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스토리가 있는 인재되려면 면접때 책냄새가 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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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의 '사람읽기' 인터뷰-여성 헤드헌터 1호, 유앤파트너즈 대표 유순신


윤승용 논설고문(얼굴)의 '리더의 서재에서'는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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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맨파워시대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쾌속 진보하고, 각종 첨단 지식이 출현하더라도 결국 그것들을 운용하고 다스리고 관리하는 것은 인간이다. 한국에도 어느 때부터인지 '인재관리', '인재발굴' 등 인재에 관한 경영관리학이 중요시되더니 이젠 헤드헌팅이라는 용어도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는 바로 이 헤드헌팅 분야에서 여러모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헤드헌터로 입지를 굳혔다. 해당분야의 여성계 1호라는 칭호를 부여받아 각광을 받는 다른 여성계 인물과는 그런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대학을 졸업하고 용모가 빼어나고 어학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당시 여학생들에겐 최고의 직장이던 항공사 스튜어디스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 1년만 하고 결혼 후 그만두려 했으나 해외를 드나들면서 해외의 커리어우먼들이 각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걸 보고 "나도 진짜 내 운명을 살아봐야겠다"며 3년 만에 퇴사 후 외국계 회사로 전직했다. 바로 여기서 헤드헌팅에 대한 눈을 틔웠다. 10년 전 헤드헌터 회사를 차렸고 지금은 업계 최고의 자리를 고수 중이다. 가정주부에 회사 운영자로 1인2역에 바쁜 몸이지만 항상 책과 함께하는 맹렬여성을 만났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순신이, 위기극복 리더십 펼쳤잖아요

-정말 숨가쁘게 살아오신 것 같다. 여성 헤드헌터 1호로 알려져 있는데 헤드헌터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첫 직업은 항공사 승무원이었습니다. 1년간 맘껏 해외를 돌아다니다가 결혼하고 그만두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었죠. 하지만 해외에서 전 세계 여성들이 일하는 걸 보고 생각이 달라졌고, 결혼과 함께 그만둔 후 1982년 프랑스계 원자력회사를 거쳐 1989년 미국계 화학회사로 옮겼습니다. 여기서 헤드헌팅과의 인연이 시작됐죠. 미국인 사장이 최고의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구인광고만으로는 안 된다, 서치펌 회사를 찾아 보라더군요. 미국에선 그렇게 한다고. 그래서 이제 막 시작한 서치펌을 찾아냈고 다행히 사람 추천이 잘 됐습니다. 그후 이런저런 이유로 서치펌으로 전직했는데 거기서 매우 획기적 성과를 내다 다시 제가 독립해 회사를 차린 게 10년 전입니다. 아마도 제가 사람보는 눈이 남다른가 봅니다.

-헤드헌터라는 게 무엇인지.
▲헤드헌터는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시점부터 그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됩니다. 기업이 속한 업계동향 분석부터 인재상, 기업의 조직문화 등 자신이 속한 기업의 환경이라 여기고 실제 담당자가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부합하는 사람을 찾아만 주는' 역할이 아니라는 겁니다. 후보자와 인사담당자 간의 소통을 조율하는 가교역할도 해야 하며, 때로는 해당기업의 오너와도 이야기 할 때가 많습니다. 외국어, 커뮤니케이션 스킬, 협상능력 등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 있는 사람들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헤드헌팅사를 통한 인재선발은 시간이나 비용의 절약을 꾀할 수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심사하는 공채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된 적합한 인재풀(pool) 내에서 채용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헤드헌터가 원하는 인재의 조건은 무엇인지요.
▲강의를 할 때마다 좋은 인재란 기업을 강하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합니다. 기업의 힘은 인재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힘이 곧 기업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조화를 잘 이루고 무리가 없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이런 사람들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그것보다는 굉장히 공격적이고 추진력이 강하고 변화와 혁신의 앞에 서는 사람을 선호하고 합니다. 현실이 이러하니 전 세계가 앞다퉈 선견지명을 가진 인재들을 영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신언서판(身言書判) 네 가지를 인재를 등용하는 잣대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저는 그래서 학창시절의 학습, 특히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한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재의 조건에서 스펙보다 스토리를 강조하던데, 이게 무슨 의미인지요.
▲예전에는 스펙을 요구했는데 현재는 스토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건 사회가 인재를 바라보는 기본적 시각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년 전에만 해도 인재의 조건은 외모, 학력, 집안 배경이었지만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인재라 함은 '베스트 피플(best people)', 즉 우수한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라이트 피플(right people)', 다시 말해 우리 회사에 가장 적합한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얼마 전 한 기업의 최종 사장단 면접에 들어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지방대 출신자를 만났습니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이력이 1.5배가 더 많았고, 대학 4년 동안 해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었습니다. 필리핀 지진해일(쓰나미) 현장에 가서 구조를 할 정도로 열성적이었음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단지 지방대 출신이란 이유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우겨서 합격시켰는데 지금은 훌륭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오지랖이 넓기로 유명한데, 인맥쌓기와 관리의 비법을 설명해주세요.
▲관리의 비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을 주는 겁니다. 저는 어떤 약속이든 약속은 꼭 지키고 믿음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저 하는 인사말인 '언제 밥이나 한번 먹지'는 저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전 확실한 시간을 정해 그 사람과 꼭 밥을 먹습니다. 또한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1000명이 넘는 고객들의 안부와 근황을 출근시간 중에 비서를 통해서가 아니라 제가 직접 묻곤 합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헤드헌팅 사례를 좀 들어주세요.
▲많은 에피스드가 있지만 가장 기억나는 것은 '최초'의 수식어를 단 사례입니다. 최초의 외부 임원 발탁, 최초의 타 분야 경영자 발탁, 최초의 여성 임원 탄생 등. 반면 실패한 사례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해당 업계에서 최고의 인재라는 소문을 듣고 재미교포 한 분을 몇 개월 걸쳐 공들여 추천했는데 기업이 제시한 연봉이 희망 연봉보다 6배나 낮았습니다. 해당 인재에게는 애국심에 호소하고, 기업 측에는 세계적 인재에 대한 정당한 대우에 대해 설명했지만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던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옷 잘입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로도 유명한데 맵시에 신경쓰는 이유와 나름의 비법은.
▲이 업계에서는 남들에게 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여성은 머리와 화장과 옷, 이 세 가지에 꼭 신경써서 다니는 게 좋습니다. 저는 월급 총액의 10%는 무조건 자기 계발에 투자하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지금 시대에 외모 역시 경력처럼 가꾸고 다듬어야 할 경쟁력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독서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던데요.
▲일주일에 서너 번은 각종 전문강사를 초빙해서 강의를 듣는 세미나와 독서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학습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지만, 그곳에서 함께 공부하는 많은 분들과의 소중한 인맥과 간접 경험 역시 사람과 정보가 가장 큰 자산인 저에게 있어 미래를 위한 귀한 준비가 되기 때문입니다.(그는 지금도 1주일에 서너 번의 조찬세미나와 독서모임에 나간다.)

-바쁜 일정에 어떻게 시간을 쪼개어 책을 보는지요.
▲허투른 약속은 가급적 줄입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서점을 찾아 최신 트렌드 분야의 서가를 꼭 들러 관련분야를 섭렵합니다.

-독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독서는 건강한 식습관과도 같습니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서는 편식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독서도 마찬가지로 한 분야에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분야와 스타일의 책을 골고루 읽어야 합니다.

-여성 후배들, 특히 취업을 앞둔 여성들에게 해줄 말은.
▲가정에서의 역할을 분담할 것, 가정을 무기로 삼지 말 것, 가정과 직장생활을 분리할 것, 건전한 개인주의자가 될 것 등입니다.

-앞으로의 희망은.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인 중장년층의 재취업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인재 추천 서비스를 하다 보니, 직간접적으로 중장년층의 실업이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직장경력을 가진 퇴직자들을 어떻게 다시 사회와 효과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 이를 위한 사회적기업도 새로 설립했지요. 유휴인력으로 분류되던 중장년층의 취업난과 중소, 중견기업이 오랫동안 해결하기 힘들었던 구인난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경영닥터서비스'라 불리는 새 사업모델을 앞으로 더 구체화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이자 희망입니다.

◆책갈피-책속의 추천 명구

"남과 다른 관점을 만들려면 당연함을 부정하라.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해지면서 세상이 바뀐다. 이제 벤치마킹은 끝났고 퓨처마킹 시대가 왔다."
-박용후의 <관점을 디자인하라>에서

"승자의 덫이란 현재의 승리에 도취돼 미래 준비에 안일해지는 상황이다. 지금껏 시장을 주도해왔고 앞으로도 의지대로 시장을 끌고 나가겠다는 생각에 빠지면 더 이상 정확한 상황 판단과 기밀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즉, 1등이 마냥 좋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혁신의 기회를 뺏는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명우의 <적의 칼로 싸워라>에서

◆유 대표의 읽어보니, 좋던데요

1. 무소유<법정스님>
▲물질만능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검소하고, 단순한 삶을 예찬하는 '무소유 정신'을 다룬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일상 속에서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기에 좋은 책이다.

2. 적의 칼로 싸워라<이명우/문학동네>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경험과 다양한 국내외 기업에서 일하며 얻은 통찰은 '나만의 다름'을 만들어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자신만의 경쟁력을 파악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세일링하는 노하우가 필요한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3. 관점을 디자인하라<박용후/프롬북스>
▲고급인재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폭 넓은 생각, 새로운 관점, 미래의 트렌드 등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올드보이'를 통해 질문이 주어지면 무조건 정답부터 찾는 조급함에서 벗어날 것을 이해시켜 주는 등 손쉬운 다양한 사례를 통해 관점을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책.

4.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류시화/열림원>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담은 글을 묶은 잠언시집.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원하는 사람, 새로운 존재를 영위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냉정한 관찰법과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는 시집. 감성적인 휴식이 필요할 때 주로 찾는다.

5. 에센셜 - 인재<톰 피터스/21세기북스>
▲전문분야를 다룬 책이기 때문에 늘 머리맡에 놔두며 눈여겨보는 책. 경영의 '원조 구루'로 칭송받는 톰 피터스의 필력도 필력이지만, 책이 컬러풀하고 재미있어서 좋아한다.

5. 책은 도끼다 <박웅현/북하우스>
▲인문학적 깊이와 감성을 지닌 광고를 만들어 온 저자에게 있어 아이디어의 원천은 바로 '책'이었다. 저자는 책을 읽되 사고와 태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책을 읽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통해 '보는 눈'과 '사고의 확장'을 지향하는 것이 곧 인문학적 책읽기라고 말하고 있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약력
▲1957년 서울생
▲성신여대 불어교육과졸, 핀란드 헬싱키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MBA)
▲대한항공 입사
▲NCH Korea 세일즈매니저, 유니코써어치 최고경영자(CEO)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전문위원, 중앙공무원 교육원 2011년 최고의 강사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성신여대ㆍ이화여대ㆍ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현)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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