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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에이전트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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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들[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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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야구를 비롯한 국내 프로스포츠에 에이전트 제도가 활성화될 조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일 스포츠산업 중장기 발전 계획과 함께 여덟 가지 법령 및 제도 개선 사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방안은 스포츠 대리인 제도 도입의 촉진이다. 지난 8월에 이어 다시 한 번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 방침을 분명히 했다. 각 스포츠단체에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권장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여청구 문체부 주무관은 “빠른 시일 내 구체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해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에이전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약하다. 프로축구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는 2001년 틀을 깰 수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구단은 임원이나 구단직원 등의 대리인을 인정하면서 계약 내용을 소상히 숙지하기 어려운 선수들에게는 대리인의 참여를 인정하지 않는 규약은 불공정조항으로 시정해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규약 제30조에 새 조항을 신설했다. ‘선수가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조항은 현실화되는 듯했으나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배려 속에 제정된 규약 부칙 제172조에 거듭 가로막혔다. ‘규약 30조의 대리인 제도는 한국 프로야구의 여건과 일본 프로야구의 변호사 대리인 제도 시행 결과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 시행한다’라고 명시한 별도 규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그동안 KBO에 대리인 제도 도입을 몇 차례 권장했으나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고 전했다.

스캇 보라스 에이전트[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스캇 보라스 에이전트[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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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도입이 최근 다시 급물살을 탄 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두 차례 국정감사에서 조속한 시행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제출한 업무현황에서 진전 없는 답변을 내놓아 적잖은 지탄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의지와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으로 프로스포츠계는 이번만큼은 에이전트 제도를 피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선수들은 준비가 돼 있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 2일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400여명의 선수들에게 에이전트 활용을 적극 권유했다. 자리에 참석한 한 선수는 “내년 시즌 계약부터 대리인을 동행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적잖은 선수들이 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도 “몇몇 선수들과 국내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며 “제도가 자리를 잡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밋빛 일색만은 아니다. 일부 야구 관계자들은 크게 두 가지 부분을 우려한다. 미비한 에이전트 시장과 선수단 내 이질감 야기, 프로구단의 적자폭 가중 등의 후유증이다. 국내 스포츠 에이전트는 140여명으로 추정된다. 몇몇 관계자들은 프로야구의 세부 사항까지 파악하는 에이전트가 많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자세한 경기 기록이 공개되지 않는 현실과 구단 중심으로 운영되는 프로야구 특유 폐쇄적인 분위기가 주된 이유로 거론된다. 더구나 KBO는 프로축구와 달리 선수의 부모에게 에이전트 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 활성화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의 생각은 다르다. A 변호사는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분위기에서 프로야구 에이전트에 뛰어들 예비 인력은 결코 적지 않다”고 확신했다. B 변호사도 “선수와의 유대감 형성만 해결된다면 시장은 금세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히려 걸림돌로 선수들의 만족도를 꼽았다. B 변호사는 “대리인이 5% 정도를 가져가는 조건에서 선수를 만족시키려면 15% 가량의 이득을 더 내야 한다. 고용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최대 관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프로야구가 흥행을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단 점도 시장 활성화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야구 관중[사진=정재훈 기자]

프로야구 관중[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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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구단의 적자폭 가중 등과 결부되는 내용이다. 프로야구는 아직 미국 메이저리그 등에 비해 구조가 탄탄하지 못하다. 최근 KT 위즈가 제10구단으로 가세했으나 현대 유니콘스가 문을 닫은 지는 5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흑자를 내는 구단도 거의 전무하다. 대부분이 모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선수단을 운영한다. 선수단의 높은 연봉은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문체부는 한 가지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산업진흥법 제 16조의 개정이다. 프로스포츠 구단의 경기장 장기임대, 위탁운영 및 수익시설 설치, 운영 등의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프로구단이 사용하는 경기장은 대부분 지자체 소유다. 단순임대로 지자체와 구단 모두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며 “지자체가 경기장을 장기임대하거나 위탁운영을 맡길 수 있도록 해 재정 보완을 돕고 구단 역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프로구단들은 당연히 위탁 선정에서 우선 협상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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