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요즘 이 씨와 아이들의 관계는 달라졌다. 이 씨가 직장에서 '찾아가는 아버지 교실'을 통해 스스로 어떤 유형의 아버지인지 알게 됐고,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후 실천에 옮기면서 생긴 변화다. 이 씨는 우선 딸과 페이스북 댓글로 소통을 시작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신기하게 마음까지 전해짐을 서로 느끼게 됐다.
그러던 중 최 씨는 우연히 참가한 '찾아가는 아버지 교실'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가 운동 효과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 씨는 이 교실에서 배운 놀이를 아이들과 함께 운동 삼아 하기 시작했고, 아이들과의 관계는 물론 아내와의 사이도 좋아졌다. 하고 싶었던 운동도 즐기면서 가족관계도 회복되는 등 '꿩 먹고 알 먹는' 행운이 찾아 온 것이다.
최근 육아에 대한 아버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프렌대디(Friend+Daddy)'(친구같은 아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랜대디란 육아에 소홀하지 않고 적극적인 아빠들을 지칭할 때 쓰이는 신조어로 자녀들에게 엄마만큼 가까운 존재로 인식되는 아빠를 말한다.
시는 직장 내 일·가정 양립 문화가 시민의 건강한 가족문화를 형성할 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돼 개인과 직장, 나아가 사회가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하는 가족정책의 일환으로 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특히 매년 교육을 요청하는 기관의 수가 증가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2009년 166개 기관이 사업을 신청했지만 2010년 200개, 2011년 342개 기관, 2012년 361개 기관이 신청하는 등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09년부터 매년 찾아가는 아버지교실을 신청한 한국동서발전(주) 관계자는 "처음에는 업무 중에 또 다른 교육이 생겨 업무를 방해한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막상 아버지교실에 참여한 후에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도 80% 이상이 지속적으로 아버지교실 재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실제 가족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옥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최근 맞벌이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과거 전통적인 생계부양자의 아버지 역할에서 자녀양육과 가사분담을 함께 수행하는 새로운 아버지 역할이 필요하게 됐다"며 "이는 근로자의 삶이 일 중심에서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을 더 중요시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서울시는 찾아가는 아버지교실을 통해 지속적인 인식확산과 교육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3년도 ‘찾아가는 아버지 교실’은 11월말까지 진행되며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직장은 교육 희망일 2주전까지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02-318-8168) 또는 가까운 자치구 건강가정지원센터(1577-9337)에 전화신청 또는 문의하면 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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