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이야기로 돌려 보면 '박씨전'에 나오는 박씨 부인의 예지력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다. 못생긴 얼굴로 인해 남편에게 버림받아 피화당에 따로 살면서 내뱉는 말들은 하나같이 신통력이 대단하다. 못나 빠진 어린 말을 300냥을 들여 사오라 한 것은 훗날 3만냥이라는 거액으로 돌아올 것을 예상해서였다. 피화당 주변에 심은 나무는 병자호란을 예견하고 미리 조성해 둔 것이었다. 오랑캐들이 나라를 함락시켜 임금까지 조롱했음에도, 그곳으로 함부로 쳐들어간 적장들은 병사로 변한 나무들로 인해 간담이 서늘해져 도망친다. 그래서 가만 생각해 보면 "남들의 눈에는 분명하지 않은 것"을 보면서 추상성이 강한 단어로 미래를 예견한 피터 드러커보다 박씨 부인이 훨씬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은 주택에 관한 한 많은 이들이 모두 '박사'란 점이다. 누구나 살(living) 곳을 얘기하고 투자의 대상으로도 생각한다. 그럼에도 확실하게 내가 관심을 둔, 내가 사는(buying) 주택의 미래에 대해서는 예견하지 못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하겠다고 선언한 지 오래된 구역의 사업계획이 백지화되는 세상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더구나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기는 더욱 어렵다.
모두가 미래를 정확하게 감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건설업종에 오랜 시간 종사해 온 원로분의 말씀을 기억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어른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50년간 직접 현장을 지켜 온 그분은 건설산업 전체가 주택에 너무 치우쳐 있는 산업구조였다는 진단을 내렸다. 동시에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건설사들이 연간 120조원의 일감이 있던 시대의 인식에 머물러 있다며 이제는 산업이 축소돼 가는 점을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는 2005년 이후 건설수주고가 100조원 아래로 곤두박질칠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건설산업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가도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고 경기침체기에 실업자를 구해 낼 유망한 산업이라고 했다. 또 시각을 한반도 전체로 넓혀야 한다고도 했다. 혹독한 환경의 머나먼 오지에서 땀 흘리며 결국은 적자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날릴 기회라며 정치권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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