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어 서울시 등 체험프로그램 유행...방송서도 시청률 고공행진...시민단체 "주입식 교육, 청소년층 무분별 확산 우려"
지난 18일 발생한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고등학생 5명 사망 사건은 '단결', '극기', '상명하복', '조직력'을 강조하는 군대식 극기 훈련 캠프가 학교ㆍ회사 등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해병대나 공수부대 등 육체적 단련의 상징처럼 된 특수군사조직의 훈련을 모방한 극기 훈련 캠프는 '삼청교육대'의 추억이 남아 있던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밀리터리 마니아가 등장하고 청소년ㆍ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수련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군대문화는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밖에 TV에선 연예인들이 직접 군대에 입소해 각종 훈련과 내무반 생활을 직접 체험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리얼모드'로 다룬 '진짜 사나이'가 일요일 오후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예비역 남성들이 술자리에서 떠들어 대는 농담성 군대 에피소드들을 모아 극화한 '푸른거탑'이 케이블TV 프로그램 중 보기 드물게 높은 시청률과 많은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TV 뿐만 아니라 온라인ㆍ오프라인을 막론한 밀리터리 마니아들도 확산 추세다. 이들은 군대 용품을 함께 구입해 체험해 보거나 사설 캠프에 입소해 모의 총기로 군사 훈련을 해보는가 하면 전세계의 최첨단 무기와 전투ㆍ전쟁ㆍ군대에 대한 역사를 공부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군대 문화를 '취미' 생활로 즐기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성역'이었던 군대가 금기가 깨지고 '속세'로 내려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보수정권들이 사회적으로 안보를 강조하면서 청소년 병영체험 등을 주입식으로 강요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전쟁과 폭력에 무감각해지게 하는 군대문화는 조화ㆍ타협ㆍ협상력을 키우고 공동체를 평화롭게 이끌어가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할 청소년들에게 독약이나 마찬가지"라며 "특히 예능이나 버라이어티쇼에서 군대에 대해 '꼭 다녀와야 인생에 성공한다'고 묘사하는 것은 왜곡된 국가관ㆍ안보관을 주입시키는 것으로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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