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헤어스타일을 개선하기 위해 '약'에 손댄 건 40대 중반쯤으로 기억된다. 때가 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인생의 큰 고개를 넘느라 '잔머리'를 많이 쓴 탓인지 그나마 남아 있던 머리털이 뭉텅뭉텅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이대로 가다간 '소갈머리'와 '주변머리'가 동반 실종될 판이었다. 위기감이 엄습하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붙잡은 게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였다.
약에서 부작용이 발견되면 대개의 회사 경영진은 큰 낭패라며 괴로워했을 텐데 그 제약회사는 그러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 삼아 이 약물의 분량을 조절해서 인류가 그토록 염원해 온 '대머리 치료제'를 생산, 판매하고 나선 것이다. 그럼 그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의 운명은 어찌 되었느냐고? 물론 지금도 잘 팔리고 있다. 같은 성분의 약을 포장만 달리해서 하나는 '머리'용으로 하나는 '전립선'용으로 파는 것인데 쉽게 말해 '희대의 양다리 걸치기'인 셈이다.
어찌됐든 내 입장에서는 긴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격이었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전립선 약은 그런대로 지불할 정도의 가격대였으나 '머리 약'은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물론 제약회사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전립선보다는 머리 쪽 시장이 훨씬 더 크니까 말이다. 고민 끝에 나는 일종의 꼼수를 쓰기로 했는데….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