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 친구가 돈을 벌어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동네에 주택을 마련해서 놀러 가 보니 거의 동물 농장 수준이었다.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큰 개 두 마리, 수족관에 가득한 열대어, 커다란 연못엔 잉어와 거북이가 있었다. 이제 만족하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예외였다. 자기는 동물들을 사다만 놓았을 뿐 돌볼 시간이 없어 동물을 돌봐야 하는 가족에게 욕만 먹는단다. 얼마나 개를 키우고 싶어 했는지 동물도감을 사 놓고 갖고 싶은 개를 늘 들여다보던 친구가 드디어 단독주택을 마련하고 그 개를 갖게 됐는데 같이 산책 나갈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삶이라니….
TV를 보면 얼굴이 달라져서 나오는 연예인들이 많다. 자신이 가진 독특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일반적 기준에 자신을 맞춰 간다. 그런데 그 일반적 기준이란 게 빠르게 변하니 계속 외모를 바꿔 갈 수밖에 없다. 객관적으로 예쁜 여학생들이 행복해하지 않는 것은 자신보다 더 예쁜 여학생들처럼 되고 싶은 욕망에 기인하는지도 모른다. 객관적으로 예쁘지 않아도 주관적으로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학생들의 행복 지수가 높은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건축가로의 첫걸음은 창조력을 갖는 것이며 창조력은 남과 다른 사고를 하는 데서 출발한다. 자신이 가진 독특한 생각을 깊게 파 들어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발견해 낼 때 이미 좋은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진다.
그렇게 개를 키우길 원했던 친구는 이제 말을 키우고 싶단다. 말을 키우기 위해선 제주도에 땅을 사야 한다면서 시간 날 때마다 제주도의 목장을 찾아 헤맨다. 친구가 동물에 대해 애정을 갖고 행복해했던 순간은 말을 키울 농장을 찾아 헤매는 지금이 아니라, 자신이 소유한 금붕어와 햄스터에게 손수 먹이를 주고 그들의 조그만 몸짓에 동화되던 젊은 시절이란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필훈 포스코A&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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